경영진 불신임·소송등 다국적 기업 주총서 혼쭐

중앙일보

입력

선진국 대기업들이 소액 주주들의 거센 목소리에 쩔쩔매고 있다. 크라이슬러부문의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지난주 혼쭐이 났다.

독일 소액주주연합회가 다임러의 합병실책을 꾸짖으며 내달 11일 베를린에서 열릴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강행할 뜻을 비췄기 때문이다.

다음날 다임러는 부랴부랴 "앞으로 3년간 추진할 39억달러의 구조조정 계획이 효력을 발휘하면 메르세데스는 고급 차종의 선두를 차지하고 크라이슬러는 흑자를 낼 수 있을 것" 이라는 내용의 6쪽짜리 편지를 주주들에게 보내 이들을 진정시켰다.

유럽 최대의 전화회사 도이체텔레콤의 론 좀머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주주들로부터 제소를 당했다.

국영기업인 도이체텔레콤의 지분 40%를 민간에 매각하면서 재정상태와 자산가치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 때문이다.

도이체텔레콤은 보유 부동산의 가치 하락으로 지난해 순이익이 15억유로나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지분 매각 당시에는 이런 사실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이로 인해 엄청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시민단체 카부누시(株主)옴브즈맨은 최근 20년간 6만여대의 리콜 요구를 은폐한 미쓰비시자동차의 전.현직 임원을 상대로 11억8천만엔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이 드러나 매출이 급감했을 뿐더러 리콜하는데 75억엔이 들어갔다는 것이 이유다. 당시 리콜 요구를 묵살한 경영진들이 책임을 지고 금전상으로도 보상하라는 것이다.

회사측은 "이번 소송은 개인에 대한 소송이지 회사를 상대로 한 것이 아니다" 라며 논평을 거부했다.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