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의 수수료로 잇속 차린 신용카드업계

중앙일보

입력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용카드 시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신용카드사들이 부당한 고율의 수수료를 고객들에게 부과해 막대한 이익을 거둬온 것으로 13일 드러났다.

신용카드 사용자들은 그동안 높은 수수료에 대해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해 왔으나 신용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에 대해 요지부동이었다.

정부가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 등을 실시하며 신용카드 사용을 독려해 지난해처음으로 신용카드 사용액이 200조원을 넘어섰으나 신용카드사는 이 와중에 고율의수수료로 잇속만 차린 것이다.

공정위가 이번에 시장 점유율(작년 9월말 기준) 상위 3사인 BC카드(35%), LG캐피탈(18.8%), 삼성카드(17%)에 2개월안에 수수료를 내리도록 명령함에 따라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앞으로 수수료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위 3사가 수수료를 인하할 경우 나머지 4개 사업자도 경쟁적으로 뒤따라 내릴 것"이라며 "수수료 인하폭은 신용카드사들이 결정하겠지만 적정수준은 공정위와 협의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당한 고율의 수수료= BC카드, LG캐피탈, 삼성카드는 지난 98년 1-2월 금리인상 등을 이유로 현금서비스 수수료율, 할부 수수료율, 연체 이자율을 대폭 올렸다.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의 경우 BC카드는 연 21.63%에서 22.9%로, LG캐피탈은 연 24.87%에서 29.89%로, 삼성카드는 연 24.48%에서 29.47%로 각각 인상했다.

당시 이들 카드사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금리(BC카드 연 9.0%, LG캐피탈 연 12.6%, 삼성카드 연 15.18%로)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이후 조달금리가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12월 현재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은 BC카드의 경우 연 23.56%로 오히려 인상됐으며 LG캐피탈과 삼성카드는 각각28.13%, 28.16%로 소폭 내리는데 그쳐 여전히 높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연체이자율 역시 연 28-29%로 높고 할부 수수료는 연 13.5-19%로 신용카드 사용자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수수료율을 이처럼 높게 유지해온 신용카드사들은 정부의 신용카드 사용 촉진정책으로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급증하자 손쉽게 이익을 챙겼다. 98년 당기순이익이 108억원에 불과했던 삼성카드는 지난해 3천60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BC카드는 당기순이익이 22억원에서 130억원으로, LG캐피탈은 360억원에서 3천94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신규 카드사업자 영업방해= 7개 신용카드사와 이들로 구성된 한국 여신전문금융업협회는 새로운 신용카드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해 자신들은 내지 않았던가입비를 요구했다.

지난 99년 9월 1개의 신용카드로 모든 가맹점을 이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 가맹점 공동이용제가 실시된 이후 신한은행이 외환카드와의 제휴관계를 정리하고 독립적인 카드사업을 하려고 하자 가맹점 공동이용망 접속 명목으로 247억원의 가입비를요구한 것이다.

당시 7개 신용카드사가 별도의 가입비 없이 가맹점 공동이용망 구축에 2억-7억4천만원씩 총 28억6천만원을 부담한 것을 볼 때 무리한 요구로 볼 수밖에 없다.

가맹점 공동이용망은 독자적인 카드사업에 꼭 필요한 기본 설비로 정보통신.금융.전력 등 네트워크 산업에서 필수설비에 대한 대한 접근 또는 이용을 거부한데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 제재한 첫 사례이다.

◆거래상 지위남용= 국민카드[31150]와 외환카드는 축협 또는 수협, 지방은행과제휴를 맺고 신용카드 사업을 벌이면서 자신들의 가맹점이 제휴은행에 비해 많다는`지위'를 이용해 제휴은행에 횡포를 부렸다.

국민.외환카드는 제휴은행에 자신들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준용하도록 계약을 맺고 수수료율을 결정, 통보했으며 거래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제휴은행은 요구대로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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