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증시 추락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입력

미국 증시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미국의 투자가들은 일단 팔고보자는 심리로 투매에 나섰으며 흔히 하락장에서 나타나는 낙폭과대에 따른 반발매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기술주외에 전통주들도 동반하락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심리는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와함께 미국증시는 전세계의 증시를 추락시키고 있다. 13일 오전 10시40분 현재 일본 닛케이지수는 12,000선이 붕괴됐으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도 각각 2.97%, 1.57% 하락한 상태다.

대부분의 증시분석가들은 미국시장의 추락은 당분간 지속되며 하락세가 멈추더라도 반등하는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일본시장의 폭락= 이날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29.11포인트(6.29%) 하락한 1천923.67로 마감됐다. 나스닥지수가 2000선 이하로 밀린 것은 지난 98년 12월16일이후 2년3개월만에 처음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4.10% 떨어진 10,208.25를 나타냈으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4.33% 빠진 1,180.04를 기록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기술주의 대안으로 평가받았던 다우지수마저 폭락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거품론의 대상이었던 기술주외에 비교적 견조했던 전통주까지 떨어진다는 것은 시장 전체가 추락세로 전환했다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스닥지수 2000선이 붕괴되면 저가매수세력들이 매입에 나설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번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시장 참가자들의 향후 장세전망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일치됐다는 뜻이다.

이와함께 일본 주식시장 역시 붕괴되고 있다.

전날인 12일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 지수는 3.6% 떨어진 12,171.37포인트로 마감해 85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어 13일 개장하자마자 12,000선이 붕괴돼 오전 10시40분 현재 전날보다 3% 하락한 11,789.03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일본시장 왜 급락하나= 전날 나스닥시장에서는 세계최대의 인터넷장비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스가 8천명의 직원을 감축한다는 발표가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투자자들을 투매로 이끌었다.

이는 경기여건과 기업실적 악화에 따른 불안감이 오는 20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인하 기대감을 압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경기가 V자형으로 회복되더라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조정기간이 지속된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지난 2년간 정보기술(IT) 투자증가율이 20%를 넘어서는 등 과잉투자로 인해 경기가 U자형을 그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기술주들의 주가수익률(PER)이 현재 50배로 지난 85년이후 평균치인 25배와 비교하면 아직도 거품이 제거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본의 경우 작년 4.4분기에 0.8% 성장했다는 소식과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주가하락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진 뒤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향후 전망은 = 대부분의 증시분석가들은 나스닥종합지수가 1800대까지 밀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0선이 붕괴된 만큼 손절매에 철저한 외국인들이 일단 팔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심리적 저항선인 2000선이 붕괴된 상황에서 주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데 있다. 투자가들은 주가가 반등을 하더라도 일시적 현상으로 여기고 공격적인 매수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하해도 부채비율이 높지 않은 기술주들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가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일본 시장은 더욱 캄캄하다. 당분간 회복을 점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석중 교보증권 이사는 '일본 주식시장은 지난 1920년대 다우지수의 하락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일본은 경제문제와 정치문제가 결합되면서 해결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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