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갈때쯤 가수들은 왜 자꾸 아플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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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문화와 세상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마당 '최재희의 노래누리' 를 시작합니다.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이야기, 슬픈 사연, 그리고 세상을 사는 많은 방식들을 보려 합니다

벌써 12년전이네요. 둘도 없는 친구가 먼저 군대에 가던 날, 논산까지 따라 갔습니다. 후미진 여관에서 보낸 입영 전야. 잠을 설친 것은 이상하게 녀석이 아니라 저였습니다. 날이 밝고, 낡은 이발소에서 친구는 머리를 빡빡 깎았습니다. "시원하니 좋네!" 녀석은 애써 웃어보였습니다.

먼지 날리던 훈련소 입구. 친구는 "다녀 오마" 며 뒤돌아섰습니다. 이윽고 입소식이 끝나자 막사를 향해 5열 종대로 줄지어 뛰어가던 수많은 빡빡머리들…. 이제 30대 중반을 바라볼 그들 대부분은 한 집안의 가장이 돼있겠죠.

이듬해 저 역시 입대했습니다. 똥도 나오지 않던 신병교육대의 불안한 첫 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같이 입대한 한 신인 프로 야구 선수입니다. 당당한 체격의 그는 웬일인지 어색하게 목발을 짚고 있더군요.

다음날 그는 신교대를 떠났고, 무릎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군복무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가 호타준족(好打駿足)의 명성을 날리며 그라운드를 누비더군요. 어라, 뭔가 이상하다, 라고 생각한 것은 제 세상살이가 부족한 탓이었겠죠.

요즘 젊은 인기 가수들의 군복무 문제가 말썽입니다. 대부분 댄스 가수인 그들은 허리나 무릎이 좋지 않아서, 외국 국적을 가지고 국내에서 '잠시' 활동중이기 때문에, 이름도 생소한 무슨 병이 있어서 군대에 가지 않고 TV에 출연해 춤을 추고 쇼를 한답니다.

반면 제가 만나본 대부분의 인디 밴드들은 멤버 한둘이 군대에 가 활동이 어렵습니다. 글쎄요. 왜 인기 있고 생기발랄한 댄스 가수들은 몸이 안좋아 군대도 가지 못하는데, 인기나 돈과는 거리가 먼 인디 밴드 멤버들은 그리도 건강해 군대에 가는 걸까요. 저는 요즘도 죽은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만 들으면 괜히 콧날이 시큰해집니다.

다 좋습니다. 다만 "군대 가고 안가고는 개인의 자유" 라는 등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알고도 참고 모르고도 참지만,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건 못 참겠습니다.

인디 밴드 노브레인의 베이스 주자 정재환은 내년에 제대합니다.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남은 멤버들은 오늘도 연습과 공연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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