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우리 고장 천안' 교재 오류투성이 "이유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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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충남 천안교육청이 올해 처음 제작배포한 중학교 지역사회 탐구 교재 '우리 고장-천안'내용 중 여러 군데서 오류가 발견됐다.

이같은 사실은 향토사학자 임명순(58)씨가 최근 교육청 홈페이지에 이를 지적하는 글을 올려 밝혀졌다. 오류는 단순 오자, 새로 밝혀진 역사 사실을 몰라 틀린 내용을 실은 경우, 여러 주장이 있을 때 통설을 안따르는 등 다양하다.

임씨는 "잘못된 자료를 검토없이 베껴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직산읍(2002년 읍 승격) 수헐원(수헐리)를 '직산면 산헐원'으로, 지명 금산을 '금삼'으로 잘못 썼다. 또 지명이 잘못 표기된 천안시 발행 행정지도를 그대로 싣고 있다. 이 지도엔 봉서산 한자 표기가 '鳳捿山'이 아닌 '鳳接山'으로 돼 있다. 깃들 서(棲)자와 접할 접(接)자를 구별 못한 것이다.

유관순 열사 관련 서술에선 다섯 남매 중 세째인 유 열사를 둘째로, 유 열사의 최종 확정 형량은 징역 3년형인데 7년형이라고 했다.

이 책에선 병천면의 옛이름인 아오내(아우내)를 '아홉 내(川)가 합류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지에선 아우내 이름은 '아홉'에서 유래됐다기보다 하천이 '아우러지다(합해진다)'는 뜻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집필에 참여한 한 역사담당 교사는 "'천안시지(市誌)'및 천안시.충남도 홈페이지를 주로 참조했다"면서 "공인된 기관에서 만든 자료로 의심하지 않고 사용한 것이 화근"이라고 말했다.

중학생에겐 적합하지 않은 서술도 눈에 띈다.

태학산 마애불 항목에서 삼도.통견.괴체감 등 어려운 한자 단어를 설명없이 옮겨 놓았다.

천안삼거리 흥타령 노랫말은 '제멋에 겨워서 축 늘어졌구나'로 적고 있다. "구전 민요이기때문에 여러 가사가 있을 수 있으나 청소년용 교재이니만큼 '휘늘어졌구나'로 쓰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이 책을 감수한 이정우 천안문화원 사무국장은 "직접 집필한 것이 아니라 명백한 오류만 바로잡아줬다"고 말했다.

임명순씨는 "천안역사 관련 기본서인 시지가 시.군 통합때 내용만 합쳤을 뿐 20년간 다시 쓰여진 적이 없었다"면서 "다른 지자체처럼 시지편찬위원회를 상설화해 재편찬을 준비하고 천안 관련 책의 감수 의뢰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교육청이 천안시 지원금 등 총 예산 2500만원으로 지난해 7월 천안지역 중학교의 역사.일반사회.지리 담당교사 6명에 집필을 맡겨 지난해 말 제작을 마쳤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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