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왜 이러나

중앙일보

입력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최근 요미우리의 투수진을 보면 '총체적 난국'이란 말밖엔 떠오르지 않는다.

명성,구위,인기,경험에서 일본 최고의 투수들로 짜여진 요미우리 마운드지만 시범경기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완전히 기대이하이다. '붕괴'란 말이 나올 정도이다.

먼저 선발진은 아직껏 제대로 된 로테이션 한번 가져보지 못하고 있다. 당초 구도,우에하라,메이,다카하시,사이토,구와타,가와하라,정민태 등 선발을 5인으로 압축하기조차 힘들정도로 쟁쟁한 투수들이 넘쳤던 요미우리 선발진이었지만 현재까지 기대대로 해주는 건 다카하시와 사이토 밖에 없을 정도로 선발난(難)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게 요미우리 막강 선발진에 큰 구멍이 난 이유는 다름아닌 부상 때문이다. 작년 갖은 부상으로 고생했던 우에하라가 이번엔 허벅지 부상에 시달리고 있고, 노장 구도역시 올 초부터 계속된 왼쪽 팔꿈치부상으로 시범경기 등판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렇게 좌우 에이스가 모두 빠져나간데다 설상가상으로 확실한 1군용병으로 평가받던 메이까지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현재 요미우리 선발진은 1,2,3번 선발투수가 모두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이 뿐만아니라 5선발로 주목받던 가와하라는 경기중 불의의 부상으로 쓰러졌고, 구와타나 정민태마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더욱 나가시마 감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선발진의 부진은 마무리 쪽에 비하면 약과다. 선발진이야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공교롭게도 연쇄적으로 겹치면서 생긴 '일시적인' 혼란에 가깝지만, 불펜진은 현재 '근본적으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요미우리 불펜진의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믿을만한 마무리가 안개속이라는 점이다. 작년까지 마무리를 맡던 노장 마키하라가 일찌감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조성민,오카지마,정민태는 전혀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당초 미야타 투수코치는 좌완 오카지마와 우완 조성민의 더블스토퍼 시스템을 구상했었지만 현재까진 이 계획역시 여의치 않아 보인다. 작년 재팬시리즈에서 마무리를 맡기도 했던 오카지마는 현재 나가는 시합마다 난타를 당하고 있고, 부상에서 회복된 조성민역시 경기마다 기복이 심해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어제 세이부전에서 요미우리 불펜진은 이런 우려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10일 벌어진 對세이부전에서 요미우리는 8회말까지 3:0의 리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가시마 감독은 8회를 오카지마, 9회를 조성민에게 맡기는 현재로선 최고의 필승카드를 시도해 승세를 굳히려 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8회 등판한 오카지마는 나오자마자 3연속안타를 얻어맞고 물러났고, 이를 구원하러 온 조성민역시 6안타,2볼넷 9실점(자책 7실점)으로 녹아웃되고 말았다. 이렇게 시범경기에서 요미우리가 한 회에만 10실점한 건 70년대 이후 처음있는 굴욕이었고, 그 상대가 퍼시픽에서 타선이 약하기로 소문난 세이부(전날까지 팀타율 0.258)였기에 그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불펜진의 불안에 대해 나가시마 감독은 "지금은 테스트 중이다. 좀더 지켜보다 때가 되면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하곤 있지만 이대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요미우리는 이미 제5의 외국인 투수영입을 위해 플로리다로 스카우터를 급파, 그동안 줄곧 끊이지 않던 용병 마무리 영입을 구체화하며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비록 현재 삐걱거리곤 있지만 요미우리는 충분히 강한 팀이다. 구도,메이,우에하라등의 부상 투수들은 이미 불펜피칭에 들어간 상황이고, 곧 로테이션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진한 투수들도 여럿 있지만 개막까지 20일이나 남았으니 조정할 시간은 있다.

또 요미우리의 막강 타선은 여전히 건재하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런 마운드의 불안이 요미우리의 2년연속 우승전선에 먹구름인 건 분명하다. 이런 먹구름이 일시적인 소나기로 끝날지 긴긴 장마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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