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탈리아·스페인 국채 매입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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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U 정상은 13시간 넘게 진행된 마라톤 협상 끝에 구제금융 펀드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등을 활용해 이탈리아·스페인 등의 국채를 매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브뤼셀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 정상이 이탈리아·스페인의 국채금리 상승을 막아주기로 극적 합의했다.

 로이터통신은 “EU 정상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서 구제금융 펀드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등을 활용해 이탈리아·스페인 국채를 시장에서 사들이기로 합의했다”고 29일(한국시간) 보도했다.

 구제금융 펀드의 국채 매입은 시장금리(국채 수익률)를 떨어뜨리는 단기 처방이다. 유럽 채권시장 전문가는 “구제금융 펀드가 국채를 매입해주면 위기에 몰려 있는 스페인이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위험 수준인 연 6.2%와 6.8% 정도였다. 스페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자금줄이 마르고 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반면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재정과 금융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구제금융으로 회원국 국채를 사줄 수 없다”며 반대해 이번 정상회의에서 합의가 불투명했었다.

 로이터통신은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국채 매입에 구제금융 자금이 투입돼도 두 나라는 재정긴축 처방을 받지 않기로 정상이 합의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구제금융을 받으면서도 그리스처럼 고강도 긴축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특혜시비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이유다.

 현재 EFSF와 조만간 출범할 상설 구제금융 펀드인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의 자금 가운데 남은 돈을 모두 합하면 7000억 유로(약 1015조원) 정도 된다. 반면에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가 채무는 모두 2조5000억 유로(약 3625조원)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은 “구제기금을 모두 국채 매입에 투입할 수 없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거들지 않으면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잠깐 떨어졌다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날 합의 덕분에 독일과 프랑스 시중은행과 보험회사들이 나날이 값이 떨어지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처분할 수 있을 듯하다.

 한편 EU 정상은 구제금융 자금을 회원국 시중은행에 직접 지원해 부실을 털어내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는 해당 정부를 거쳐 시중은행에 지원되는 구조였다. 다만 시중은행 직접 구제는 금융감독기구 통합이 어느 정도 진척된 뒤 하기로 했다.

 애초 뾰족한 대책을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됐던 EU 정상회의에서 국채 매입 등 구체적 합의안이 나오자 동아시아 지역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1.91% 상승해 1854.01로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지수(1.5%), 홍콩 항셍지수 (2.43%), 대만 가권지수(1.77%),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34%)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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