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매각협상, 속도 붙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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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방미중 시카고에서 잭스미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회장과 단독 면담을 갖고 대우차 인수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대우차 매각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물론 GM이 이사회라는 공식 의사결정기구가 있고 다음달초 월례 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그 이전 `인수협상 돌입'을 전격적으로 밝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더이상 `질질 끄는' 일도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통령-스미스 회장 뭘 논의했나 = 청와대측은 면담 직후 "미국 기업의 투자유치 문제 등에 대해 의견교환이 있었을 것"이라며 면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대우차 문제가 거론됐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김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경제 개혁을 원칙대로 추진하고 있고 외국기업이 한국투자시 가장 우려하는 `과격한 노동운동'에 한국 정부가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는 만큼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강조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김 대통령은 면담 전 스미스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오찬연설회에서 "이러한 예는 지난번 은행합병과 관련한 금융노조의 파업과 최근 대우차 노사분규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노조는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모든 권리를 행사하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것은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또 대우차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 등을 감안,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명확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촉구했을 가능성도 높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GM이 계속 `뜸만 들이는 것'이 대우차 인수.매각 협상과정에서 GM측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GM이 유일한 원매자라는 점을 이용, 결정을 늦춤으로써 인수가격을 더욱 떨어뜨리려는 전략일 수도 있으며 따라서 더이상 늦출 경우 `헐값 매각'에 대한 반발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도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차 문제를무조건 질질 끌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4월까지 GM이 대우차 인수의사를 밝혀오지않으면 자력갱생을 모색할 것"이라고 간접 압박을 가했다.

스미스 회장은 GM의 대우차 인수에 대한 관심과 실사 현황을 설명한 뒤 한국 정부나 채권단에 대해 갖고 있던 의구심을 지적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즉 GM과 대우차 및 정부.채권단간의 협상과정에서 한국측이 시장 원리대로 처리하지 않고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 따라서 김 대통령과 스미스 회장 면담은 이같은 우려를 해소하는 한편 우리측이GM으로의 매각을 대우차 처리의 최우선 해법으로 여기고 있음을 대내외에 밝힌 자리로 해석된다.

◇GM, 언제 움직일까 = 그렇더라도 GM의 의사결정 구조상 당장 명확한 인수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차 관계자도 "스미스 회장이나 릭 왜고너 CEO(최고경영자)가 다음달초 월례이사회 이전 적절한 기회에 예전 수준에서 `관심 있음'을 강조할 수는 있지만 해외법인 등에 대한 실사를 계속하는 등 일정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GM은 내달초 이사회에서는 인수와 관련한 실사를 매듭짓고 채권단에 매입 대상과 정밀실사 계획 및 일정 등이 담긴 인수제안서를 내거나 또는 그동안 예비실사 결과를 토대로 인수를 포기하거나 양단간에 분명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GM이 이달초 월례 이사회 이전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유럽 및 북미법인에 대해 대우차의 해외 판매법인 조사에 적극 참여하라고 지시한 것은 대우차 문제에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 가급적 빨리 결론을 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편 대우차측은 GM이 최종 결론만 내리지 않았을 뿐 인수하는 쪽으로 분위기가기울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우차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물 컵이 반 이상 찼는데 이를 반 밖에 차지 않았다고 보느냐, 반이나 찼다고 보느냐의 문제"라며 "곧 컵이 가득 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GM으로부터 대우차의 구조조정이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이뤄져 놀랐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강조, GM측이 대우차의 인원감축 등 자구안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GM은 또 해외법인에 대한 추가 조사와 함께 대우차 전산시스템을 살피는 실사를계속하고 있어 다음달 이후 대우차 매각문제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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