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부대' 이젠 인터넷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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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팬클럽 시대가 왔다. 다음(http://cafe.daum.net)의 경우 스포츠선수 팬클럽이 1천92개, 스포츠 관련 모임이 1만4백여개나 된다. 종목별로는 축구가 1천8백여개, 야구가 7백개, 기타 스포츠 관련이 2천8백개다. 프리챌과 세이클럽에도 팬클럽은 무수히 많다. 그간 오프라인에서 분산됐던 스포츠팬들은 인터넷이라는 안락한 거처에서 모이면서 힘을 키웠다. 스포츠팬 수백만명이 사이버 팬클럽에 가입해 팬의 권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 유행 따라

올림픽 사격스타 강초현의 팬클럽은 '다음' 에만 회원 3천5백명의 매머드급 팬클럽을 포함해 41개가 있다. 한창 인기가 있을 때 1백개가 넘던 것이 최근 강선수가 대표에서 탈락하는 등 부진하자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린 결과다. 겨울엔 농구.배구 관련 팬클럽이 늘어나고 야구시즌에는 야구 카페가 장사가 된다.

◇ 젊어야 좋다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현대에서 동료로 활약한 정민태와 김수경. 선배인 정민태(31)보다 젊은 김수경(22)의 팬클럽 회원이 훨씬 많다. 팬클럽 가입자 중 상당수가 여고생이어서 젊은 남자선수의 흥행성을 짐작케 한다. 우지원.이동국.고종수 등도 얼굴덕을 봤다.

◇ 원조논쟁

한 스타를 놓고 여러 팬클럽들이 '내가 원조' 라고 주장한다. 오프라인 팬클럽에서 이어져 온 전통있는 팬클럽이 우세하지만 열렬한 운영자와 예리한 논객을 갖춘 신흥 팬클럽의 성장도 거세다. 스타가 공인해 주면 문제는 간단하지만 소외된 팬클럽이 적대적인 안티클럽으로 전향할 우려가 있어 공인은 드물다.

◇ 비밀결사

팬클럽의 틀이 완성됐다고 느낄 때쯤 해서 삽시간에 비공개화하는 모임이 많다. 비회원이 게시판에 선수를 비난하는 내용을 쓰고 가거나 회원이 늘어나면 결속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 때문에 이름을 감추고 활동한다. 이런 모임은 막강한 매니어들로 뭉친 단단한 조직으로 자신들의 우상을 출전시키지 않을 경우 구단에 항의 e-메일을 대량 발송하고 감독 휴대폰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 스토킹

여자프로농구 이미선(삼성생명)은 남자 고등학생으로부터 "진심이다. 나와 결혼해 달라" 는 메일을 거의 매일 받고 있다. 처음엔 농담이려니 생각했는데 최근엔 메일만 봐도 어지럽다.

◇ 스타 안 부럽다

유도.검도.레슬링.복싱 등의 비인기종목 팬클럽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종목에 관심이 있는 사람 절대수가 적어 선수와 팬들이 혼연일치되는 화목한 팬클럽이 많다. 김인섭(레슬링).김미진(양궁) 등은 정팅(정기채팅).정모(정기모임)에 자주 참여, 종목 발전에 대해 팬들과 의견을 교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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