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못잖네요, 강남터미널 지하상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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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만에 리모델링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강남터미널지하도상가가 28일 ‘고투몰(GOTOMALL)’이란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연다. 공식 재개장을 앞둔 27일 시범 운영이 개시되자 몰려든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김도훈 기자]

이인수(52)씨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강남터미널지하도상가에서 1990년부터 여성 의류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말부터 상가 시설 노후화로 점점 손님이 줄어 걱정이 늘었다. 이씨는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에서 현대화할 예산이 없다고 해 고민이 더욱 컸다. 결국 상인들이 우리 돈으로라도 시설을 고쳐야 상권을 지킬 수 있다며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상인의 힘으로 30여 년 만에 리모델링한 강남터미널지하도상가가 28일 ‘고투몰(GOTOMALL)’이란 이름으로 재개장한다. 지난해 6월 공사에 들어간 지 1년 만이다. 길이 880m, 총면적 3만2000㎡에 620개 점포가 영업한다. 이승헌(49) ㈜강남터미널지하쇼핑몰 공동대표는 “중소 상인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리모델링을 한 만큼 강남의 대표 상가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강남터미널지하도상가는 고속버스터미널과 함께 지하철 3, 7, 9호선 고속터미널역이 있고, 센트럴시티와 신세계백화점이 있는 대형 상권이다. 하루 유동인구가 25만(평일)~30만 명(주말)으로 강남역·잠실역과 함께 강남권 3대 지하도상가로 꼽혔다. 그러나 시설이 만들어진 지 30년이 되자 인근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손님을 빼앗기기 시작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서울시·서울시설공단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리모델링에 난색을 표했다. 이에 따라 상인들은 점포당 평균 7500여만원을 모아 리모델링 비용 472억원을 마련했다. 상인들이 주주로 참여해 ㈜강남터미널지하쇼핑몰을 설립하고, 10년간 상가 운영권을 갖게 됐다. 시설 관리는 서울시설공단이 계속 맡는다.

 이번 공사를 통해 기존의 석면 등 해로운 마감재는 친환경 소재로 교체됐다. 최신 공조 시스템을 도입해 실내 공기 질을 개선했다. 모든 전등을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밝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고객 편의를 위해 상가 중앙과 동·서쪽에 광장과 쉼터를 조성하고, 푸드코트(식당가) 2곳을 설치했다. 안내 키오스크도 9개를 만들었다. 출입구도 새로 바꾸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증설했다.

 28일 공식 재개장에 앞서 27일 일부 가게가 시범 운영에 들어간 가운데 상가에서 만난 주부 김미정(35)씨는 “기존의 어두웠던 상가 분위기가 밝아져 백화점·대형마트와 차이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윤기 서울시설공단 상가관리처장은 “서울 시내에 지하도상가가 29개 있는데 강남터미널지하도상가 리모델링은 시와 상인들이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터미널지하도상가=반포대교남단사거리~고속터미널사거리 지하에 자리했다. 1979년 방공호 용도로 지은 곳에 1981년 상가를 임대 분양하면서 상권이 이뤄졌다. 임대 분양 직후 당시로서는 거금인 1000만원의 권리금(프리미엄)이 생길 정도로 대표 상권이 됐다. 620개 점포 중 의류 관련 가게가 400여 개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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