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자기주도학습법 찾기 이보라·조주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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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걸려도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는 것이 공부를 잘하는 왕도입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깨달을 때 성적 향상은 자연히 따라오는 열매죠.”

자기주도학습에 성공해 학업 성취와 대학 진학에 성공한 이보라(19·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1)씨와 조주은(19·연세대 자유전공학부 1)씨의 조언이다. 이들에게 내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는 법을 물었다.

글=김슬기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이보라=학생별로 필요한 수준을 맞추지 못하는 학원에 한계를 느낀 이보라(19·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1)씨는 공부방법에서 학원을 지웠다. “부족한 부분에 공부 비중을 더 늘려야겠다”고 결심한 뒤 자기주도학습으로 공부 방법을 바꿔나갔다. 이를 위해 하루 학습계획표를 세분화해 하루에 공부할 양을 반드시 정했다. ‘3시간 공부 뒤 30분에서 1시간 휴식, 다시 3시간 공부, 취침은 6시간’ 식으로 계획을 세웠다. 쉬는 시간까지 분 단위로 정해 공부에 긴장감을 줬다. 문제집은 과목당 5~6권을 구비해 놓고 공부했다. 여러 문제집을 구입한 이유는 자신에게 방심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마지막 장이 보일 때쯤 새로운 문제집을 구입해 ‘공부엔 끝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스스로에게 긴장감을 주려고 했죠.”

다량의 문제집은 학교에서 푸는 것과 집에서 공부하는 것을 구분했다. 하루 5~6번 주어지는 학교 쉬는 시간 중에 언제든지 문제집을 꺼내 공부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학교에서는 전체 쉬는 시간의 절반을 공부 시간으로 활용했다. 공부시간은 수능 시간표에 맞춰 과목을 바꿔가며 했다. 오전 중 쉬는 시간엔 언어나 수학을 공부하고 점심시간 같은 오후에는 영어 과목을 학습하는 식이다.

수학은 문제집에 답을 적지 않는 방법으로 공부를 했다. 여분의 종이에 문제를 푼 뒤 책엔 답을 적지 않고 ‘틀린 문제’만 따로 표시했다. 그 뒤 복습을 할 때 틀린 문제를 위주로 보며 머릿속으로 풀이 과정을 떠올렸다. 머릿속에 풀이 과정이 떠오르면 그때서야 종이 위에 문제를 풀었다. 풀이 과정이 기억나지 않는 문제는 다시 한번 틀린 표시를 한 후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영어 공부에도 변화를 줬다. 수능 영어단어 교재나 학원에서 배포한 유인물을 외우는 다른 학생과 달리, 영어 문제를 풀다가 지문에 나오는 모르는 단어를 외웠다. “지문을 읽으면서 모르는 영어 단어를 문맥과 함께 정리하는 방법으로 외웠더니 기억에 더 오래 남고 시험을 풀 때도 더 쉽게 기억났어요.” 이씨는 이 같은 자기주도학습으로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자기주도학습을 하면서 겪는 시행착오가 결코 시간낭비라거나 나쁘지만은 않다고 봐요. 중학교 때 여러 시도를 해봐야 자신에게 잘 맞는 공부법을 찾을 수 있고 고교에 가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조주은=‘언어 99점, 수리 96점, 외국어 100점.’ 조주은(19·연세대 자유전공학부 1)씨의 수능시험 성적이다.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로 자기주도학습을 꼽았다. “다른 우등생들의 학습법을 많이 따라 해보면서 그중 내게 맞는 공부 방법을 취사선택했어요.”

그도 자기주도학습 시작 초기엔 다른 학생들이 시도했던 수 많은 자기주도학습 방법을 따라 했다. 하지만 생각 외로 쉽지 않았다.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방법들을 하나씩 버려가며 적합한 방법을 하나씩 찾아갔다.

“매일 계획을 세워 공부하라는 방법도 있었지만 저는 1주일 단위로 목표를 잡아 공부해 갔어요. 공부가 매일매일 잘 될 순 없잖아요. 하루를 조금 여유 있게 공부했다면 다음 날은 박차를 가해서 하는 등 리듬을 타면서 공부했어요. 자율성을 부여하되 주 단위로 목표에 반드시 도달하도록 공부했습니다.”

노트 정리 역시 교과서나 참고서에 필기하는 방법으로 바꿨다. 공부를 시작할 때는 가장 좋아하는 과목부터 먼저 했다. 공부에 탄력이 붙으면 이를 이용해 뒤이어 공부하는 다른 과목에도 집중력을 높일 수 있었다. 이런 자기주도학습 덕에 수능시험 경제 과목에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한 문제를 틀려 47점(50점 만점)을 받았다. 학교에서 경제 과목을 배우지 않고 혼자 공부해 거둔 성과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아 인터넷 강의를 선생님 삼아 강사가 가르쳐 준 모든 설명을 다 필기했다. 온라인 강사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은 동영상 강의 Q&A 게시판을 활용했다. 여러 학생이 이용하는 인터넷 강의 특성상 질의 게시판에는 조씨가 궁금했던 내용을 이미 질문한 학생들이 있었다. 조씨는 다른 학생의 질문과 강사의 답변을 보면서 많은 학생이 왜 이 문제에서 틀렸는지 이유를 찾아나갔다.

“학교에서도 다른 학생이 교사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상황에도 주의를 기울여 교사의 설명을 같이 들으세요. 어렴풋한 개념을 확실하게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거든요.”

교육전문기업 대교는 지난달 30일 ‘제2회 자기주도학습 장학상’ 시상식을 열어 자기주도학습에 성공한 37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씨와 조씨는 이날 대상과 금상을 수상했다. 대교는 지난해부터 자기주도학습으로 학력 향상을 이룬 대교 회원을 선발해 최대 1000만원까지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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