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인터넷 쇼핑몰, 오프라인과 제휴해야

중앙일보

입력

홍콩에서 수입 의류점을 운영하고 있는 아미 청은 ‘사사’社의 화장품 할인점에서 쇼핑하는 것을 즐긴다.
그녀는 할인점에 가기 전 이 회사의 웹 사이트에서 상품들을 둘러본다. 하지만 아직 한 번도 이 사이트의 ‘구매’란에 클릭해 본 적은 없다. 그녀는 “진짜 가게에서 쉽게 물건을 살 수 있는데 왜 복잡한 일을 하느냐”고 반문한다.
청의 예는 아시아에서 왜 인터넷 쇼핑사업이 활기를 띠지 못하는가를 보여준다. 인터넷 사용이 활발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집과 사무실 근처 상점에서 얼마든지 필요한 물건들을 간편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온라인 쇼핑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신용 보안 유지와 배달 문제가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도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밖에 최근 미국의 경기가 후퇴해 아시아 지역에도 곧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온라인 쇼핑을 주로 이용하는 중산층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인터넷 쇼핑사업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난감·향수·옷·가구 등을 팔던 미국의 쇼핑몰 인포밴은 사업을 포기했고, 아마존닷컴은 아직 수익을 내려면 수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2천4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온라인 쇼핑을 했다. 그러나 1999년에 온라인을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산 사람들 중 절반이 지난해 온라인 구매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온라인 업체의 어려움은 과도한 경쟁에서 오는 것이다. 반면 아시아에서는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려움의 성격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온라인 잡화점인 홍콩의 애드마트는 18개월 동안 1억1천5백만 달러를 투자하고도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이 회사의 CEO(최고경영자)였던 앤톤 밴 고르프는 “몰건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났다”고 말한다.

왜 아시아 지역에서 유독 어려움이 큰 것일까. 무엇보다 아시아인은 쇼핑을 일종의 오락으로 여기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클릭으로 필요한 것들을 해결하는 것은 상점들을 눈으로 보며 사회와 교류하려는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다.

잘 만들어진 웹 사이트가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인터넷 쇼핑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다 보니 업체들도 과감한 투자를 꺼리고, 그래서 사이트도 변변찮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AC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홍콩의 인터넷 사용자 중 8%만이 온라인 쇼핑 사이트를 방문했다. 독일에서는 52%, 미국에선 47%였다. 싱가포르는 홍콩만도 못해 5%에 불과했다.

홍콩의 NFO월드그룹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 접속해 본 경험이 있는 한국의 네티즌 가운데 26%만이 실제 구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일본은 22%였다. NFO월드그룹의 크리스 러셔는 “문제는 이러한 비율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고 말한다.

아시아 지역이 북미나 유럽에 비해 인터넷 쇼핑 산업이 뒤처지고 있는 것은 시장이 국경에 의해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미나 유럽의 경우 통화와 배달 요금체계가 단일화 돼 있지만 아시아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국내 시장만 겨냥해 꾸며져 있다. 인터넷이 국경을 초월한다는 것은 말뿐인 것이다.

아직 희망은 있다. 홍콩의 인터넷 시장조사 업체 이암아시아의 보스웰은 “한 번 인터넷 쇼핑 사이트를 찾은 사람은 다시 찾게 돼 있다. 문제는 어떻게 첫 구매로 이끄느냐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IDC의 댄 앤더슨 부사장도 “일단 인터넷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에서도 언젠가는 인터넷 쇼핑 붐이 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지역에서 인터넷 쇼핑 사이트를 운영하려면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첫째는 결제와 배달 수단이 완벽하게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사이트를 열지 말라는 것이다. 자칫 전체 인터넷 업체의 신용을 허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한다는 것을 명심해 온·오프를 병행해 사업을 하라는 것이다.

AC닐슨의 사업책임자 휴 블로흐는 “인터넷 쇼핑 사업체들이 앉아서 죽을 때를 기다리느니 오프라인 업체와의 제휴에 발 벗고 나서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