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SW 합동단속에… 기업체 전전긍긍

중앙일보

입력

대기업 S해운에서 무역 업무를 맡고 있는 金모(30)씨는 지난 주 별난 사내 교육을 받았다.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단속반이 들이닥치면 "갑자기 외근 나갈 일이 생겼다" 며 일제히 노트북을 들고 나가라는 것이었다. 단속반이 제지하면 "2백억원짜리 계약이 무산되면 당신이 책임지겠느냐" 며 그냥 나가라는 시나리오까지 외웠다.

金씨는 "우리 회사에도 불법 복제 프로그램이 만연한 모양" 이라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5일 시작되는 정부(http://www.mic.go.kr)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집중 단속을 앞두고 대기업.대학.정부기관 등에 초비상이 걸렸다.

필요한 숫자만큼의 소프트웨어 정품을 구입하지 않고 하나의 소프트웨어만을 산 뒤 서로 돌려가며 불법 복제해 사용해 온 것이 상당수 기관.업체의 관행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형사처벌을 앞세워 강경한 단속 방침을 밝히자 대응책을 찾아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중구 J기업은 지난주 사내 공유 네트워크를 아예 차단했다. 사원들이 프로그램을 복사.복제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한 것이다. 이 기업 정보지원팀의 文모(38)차장은 "팀원 모두가 밤샘 근무를 하며 회사 서버에서 관련 데이터를 전부 지웠다" 고 말했다.

벤처기업들이 밀집한 테헤란밸리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K벤처기업의 사이트 운영자인 徐모(34)씨는 "불법 복제 프로그램이 탑재된 PC는 아예 창고에 옮겼다" 고 말했다.

대학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S대학은 학과장 사무실과 연구소에 최근 ''불법 복제 단속에 적발되면 모든 책임은 해당 교수에게 있다'' 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그러자 교수들이 관련 PC를 일일이 확인하는 소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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