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 위한 눈높이 콘텐츠 개발을

중앙일보

입력

요즘 청소년들이 인터넷에서 자살사이트를 방문한다, 폭탄 만드는 법을 배운다, 음란물을 보고, 사행성 게임을 한다며 난리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보급이 가장 활발한 나라이고 어린이들이 빠르게 인터넷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초등학생들도 상당수가 e-메일을 주고받고, 온라인상에 클럽을 만들어 포케몬 관련 자료를 주고받는다.

그러다 보니 요즘 엄마들에겐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 시간을 단속하는 일이 큰 숙제 중 하나다.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벌은 "너 그렇게 말 안들으면 일주일 동안 컴퓨터 못쓰게 한다" 가 될 정도다.

우리는 항상 어떤 문제가 나타날 때까지 방치하다가 언론에서 문제점을 거론하기 시작하면 정부가 ''지나친 규제'' 를 휘둘러 관련 산업의 발전을 방해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요즘 거론되는 인터넷의 부작용과 이에 대한 정부의 대처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우리 아이들이 인터넷이란 도구를 가장 잘 활용하도록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나라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학교에까지 인터넷 인프라를 보급하는 일이 정부 주도로 잘 추진되고 있고, 전통적인 우리 부모들의 교육열은 집에도 고급 PC와 접속망을 들여놓게 하고 있다. 즉 하드웨어 인프라는 이미 훌륭한 수준이 돼 있다.

문제는 이 위에서 펼칠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제대로 안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제시할 이 소프트웨어 인프라 구축에 모든 힘을 다해야 한다.

검색.e-메일.채팅 등의 기본 인터넷 서비스들이 아이들에게 적합하도록 다시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적합한 콘텐츠가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검색되도록, e-메일과 채팅 같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교육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고안돼야 한다.

또한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전자상거래도 만들어져야 한다.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 문방구에서 학용품을 사듯 인터넷에서도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다 읽은 동화책과 싫증난 장난감을 인터넷 상에서 다른 친구들의 것과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

어려서부터 인터넷을 활용한 다양한 경제 행위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런 행위가 부모님과 선생님을 통해 효과적으로 관찰되고 지도될 수 있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21세기와 함께 우리는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우리의 어린이에게 경쟁력과 창의력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이 시대 어른들의 어리석음과 게으름 때문에 이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한다면 우리들은 두고두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인터넷에 대해 모두가 빨리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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