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 '티베트의 영혼 카일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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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티베트의 영혼 카일라스』(이룸, 백영미 옮김, 1만4천9백원)의 소개는 저자 로버트 셔먼 얘기부터 해야 한다. 셔먼을 알아야 책이 들여다 보이기 때문이다.

흥미진진한 이 인물은 '배트맨'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 여배우 우마 셔먼의 아버지. 저자는 딸의 이름을 티벳불교에서 '우주의 어머니'로 상정되는 우마 신(神)에서 따왔다고 책에서 밝히고 있다.

로버트 셔먼은 이미 큰 흐름을 형성한 미국 불교를 상징하는 핵심인물이다.

1964년 수계(受戒)한 그는 미국인으로 불교 승려가 된 제1호이고, 수계 당시 알현한 달라이 라마로부터 '텐진'(가르침의 수지자)이라는 법명을 받았던 거물이다. 69년 환속한 뒤 하버드대등의 불교학자로 활동하면서, 달라이 라마의 미국방문(1979년)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티베트의 영혼 카일라스』는 티벳 서쪽의 성산(聖山)카일라스 순례의 아름다운 기록이다.

우주의 중심 수미산으로 상정되는 이 산은 우마 신의 거처이기도 한데, 지난 95년 셔먼과 8명의 미국인 불제자(佛弟子)들이 순례팀을 구성한 것이다.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되는 정토의 관문'에 발을 내딛으려는 간절한 바램을 안고 떠난 팀 멤버 중의 한명이 공저자인 테드 와이즈.얼핏 딱딱하지 않을까 싶지만 이 책은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순례 일정의 기록은 '불자는 못되고 다만 부처에게 열광하는 사람'이라고 고백하는 테드가 맡고,그 사이사이에 순례 기간 내내 셔먼이 실제로 행했던 장중한 법문(法文)이 섞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고행의 순례기록과 법문의 이중주라는 형식도 독특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때론 불협화음을 보이는 두 사람 사이의 앙상블을 구경하는 재미다.

우선 셔먼. 그는 카일라스야말로 '지구적 생명 그물망의 성스러운 중심'이라고 굳게 믿는다. '우주에게 인사를 건네려는'높은 영성(靈性)을 보여주는 그의 법문은 금강경을 중심으로 장려하게 펼쳐진다.이미 합리적 마인드를 가진 현대인을 대상으로 한 법문이라서 외려 귀에 쏙쏙 들어온다.

책 읽는 재미는 분명 '조연배우 테드'의 역할 때문이기도 하다. 싱어 송 라이터이자 소설가이기도 한 그는 티벳 불교에 관심을 보이는 미국 지식인의 전형. 본인 말대로 '얼치기 제자'인 그의 반항적 문제제기 내지 머뭇거림은 매우 인간적 고백이라서 책 읽는 독자들의 눈높이에 잘 어울린다. 서구의 티벳 불교에 대한 관심 속에 역수입된 번역물이 상당수 이지만, 그중 빼어난 책으로 추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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