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재활 이렇게 한다] 8. 건어물 유통업 안재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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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을지로 4가 중부시장의 안재경(安在京.38)씨는 재래시장의 한계를 인터넷으로 풀고 있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쁜 시장생활이지만 평소 신문을 보고 독서하는 일만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인터넷이 뜬다' 는 기사를 자주 접하면서 준비했던 인터넷 사업이 1997년말 외환위기를 맞아 휘청거렸던 점포를 살려냈다. 지금은 건어물가게와 세개의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벤처사업가로 변신했다.

◇ 인터넷에서 활로를〓安씨는 전남 영암에서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쳤다. 이웃 소개로 16살부터 중부시장의 한 건어물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생활하다가 22살 마른 오징어를 파는 가게를 열었다. 수완이 좋아 전국 소매상은 물론 대형 백화점들에 납품하면서 하루에 수천만원을 벌기도 했다.

97년 가을께였다. 그동안 거래하던 백화점 세곳이 부도를 내 오징어를 납품한 돈 2억여원을 못받게 됐다. 부산 등 지방 공급업자들이 대금을 독촉하는 상황에서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돈을 구하는 피 말리는 시간이 계속됐다. 1년 가까이 이같은 생활을 해오던 安씨는 탈출구로 인터넷을 택했다. 취미삼아 운영한 홈페이지를 인터넷 쇼핑몰로 꾸몄다.

安씨는 "특정 백화점에 납품해 전체 매출액의 50% 이상을 올리는 방식으로는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며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를 상대로 물건을 직접 팔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말했다.

마른 오징어를 팔던 가게 '대일상회' 를 점차 인터넷 쇼핑몰(http://www.daeill.co.kr)로 바꿔 나갔다. 대신 몇년 전부터 인기를 끌던 코다리 등 반건조 수산물을 파는 '인성CNC' 라는 가게를 새로 만들었다.

인성CNC에서는 백화점과 지방 소매상에 직접 물건을 팔았고, 인터넷 쇼핑몰 '대일' 에서는 반건조 수산물을 주로 팔았다. 인터넷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보완관계로 만든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금세 나타났다. 수산물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이 거의 없던 시절이어서 대일에는 지방상인뿐 아니라 미국 교포들의 주문까지 들어왔다. 삼성몰.한솔CS클럽 등 종합 인터넷 쇼핑몰에도 납품을 했다.

대일의 매출액은 월 5천만원 정도. 아직 적자 상태지만 쇼핑몰 덕분에 매출이 늘고 있는 오프라인 점포(인성CNC)를 감안하면 수입이 괜찮은 편이다.

安씨는 대일을 국내 최고의 농수산물 전문 쇼핑몰로 키우고 싶어한다. 99년 7월에는 중부시장 홈페이지(http://www.chungbumarket.com)를 만들었다. 지난해 11월엔 경기도 안양시장의 홈페이지(http://www.anyangmarket.com)를 만드는 등 전국 재래시장의 인터넷화도 진행 중이다.

◇ 자신에 투자한다〓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끝낸 安씨가 쇼핑몰 등 세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에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평소 하루 두개 이상의 신문을 꼼꼼히 읽으며 '세상일' 에 관심을 가졌던 安씨는 95년 인터넷에 도전했다.

도봉구 방학동의 집 부근 컴퓨터학원에 등록해 3년 동안 매일 저녁 컴퓨터OA과정.인터넷 등을 배웠다.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관련 서적을 사서 배우기도 했다.

학원에서 배운 인터넷 홈페이지를 연습하기 위해 만든 건어물가게 홈페이지가 조금씩 체계를 갖춰 쇼핑몰 형태로 발전했다. 웹마스터.웹디자이너 등 인터넷을 운영하는 직원들을 뽑아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채웠다.

安씨는 "학력이 모자라는 게 제겐 오히려 약이 됐다" 며 "모르는 것은 배워나갔고 그래도 안되는 것은 아는 사람을 고용해 해결하겠다" 고 말했다. 02-2269-6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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