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산업개발, 상시퇴출 1호…현대 계열사론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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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산업개발의 부도 처리는 정부가 부실기업에 대한 상시퇴출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뒤 바로 이뤄졌고, 현대 계열사 가운데 첫 부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각 금융기관이 자율적 판단에 따라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을 상시 평가, 퇴출을 결정하는 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상시퇴출 기준에 해당되면 신규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시장원리에 따르기로 한 정부 방침을 이번에 그대로 적용한 것" 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산업개발은 계열사의 지원이 없으면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지난 1월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뒤에도 현대중공업이 기업어음 87억원과 부동산 99억원 어치를 사주는 등 계열사의 도움을 받아 지탱해왔다.

채권단은 지난달 28일 1차 부도를 낼 때까지만 해도 지난번처럼 현대중공업 등에서 지원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고려산업개발의 구원 요청에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채권단은 원칙대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고려산업개발이 비록 그룹내 위치가 어정쩡하긴 해도 현대 계열사 중 처음으로 부도 처리됐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금융권은 고려산업개발의 대주주가 회사채 신속인수 제도로 지원을 받는 현대건설 정몽헌 회장이 아닌 현대중공업으로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으며, 여신규모가 금융권에 미치는 파장이 크지 않으리란 판단 아래 최종 부도 처리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철근 기자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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