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산업개발 최종 부도] 부실계열사 인수로 골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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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산업개발(http://www.hdkid.com)이 결국 부도를 냄에 따라 아파트 소비자들의 입주지연과 1천여 협력업체들이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못하는 피해를 보게 됐다. 또 이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는 현대 계열사들도 피해가 예상된다.

◇ 아파트 입주지연 우려〓고려산업개발이 벌이고 있는 아파트 공사는 26곳 1만3천9백여가구다. 이 가운데 조합원분.빌라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파트가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았다.

그러나 대부분 공정률이 60%를 밑돌고 있어 입주가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협력업체들이 일손을 놓아 공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완공시기가 최소 1~2개월 늦어지는 것이다. 이밖에 고려산업개발이 맡고 있는 공사장은 토목현장 12곳, 알루미늄 사업이 3곳이다. 공사비 지급이 중단됨에 따라 1천여 협력업체들의 연쇄 부도도 예상된다. 건설교통부는 정부발주 공사의 경우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직접 지급하고 협력업체에 보증.자금지원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 계열사에도 불똥〓22.88%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어쩔 수 없이 떠안은 고려산업개발 부도로 손실을 보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최악의 경우 시가총액 1백억원 규모의 지분을 팔지 못할 수도 있다. 현대건설은 고려산업개발 지분이 2.82% 밖에 없어 피해는 크지 않으나 '현대아파트' 라는 브랜드를 함께 쓰고 있어 이미지 손실을 더 걱정하고 있다. 채권단 피해도 작지 않다. 고려산업개발은 금융권으로부터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포함, 6천억원 정도의 부채를 안고 있다. 앞으로 고려산업개발이 법정관리나 화의신청 등 법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자금이 묶이게 된다.

◇ 왜 부도났나〓지난 1976년 설립돼 레미콘 생산과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지난해 토건분야 시공능력 28위 업체로 성장한 고려산업개발의 부도는 무리한 계열사 인수와 건설경기 불황이 원인으로 꼽힌다.

고려산업개발은 지난 98년 당시 경영위기를 겪던 현대종합목재(리바트)와 현대알미늄을 인수하면서 3천7백억원의 부채를 떠안는 바람에 경영에 심한 압박을 받았다. 주력인 레미콘 사업 악화도 겹쳤다. 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고려산업개발이 전국 10개 레미콘 공장에서 생산한 레미콘이 97년엔 3백67만㎥였으나 지난해에는 2백40만㎥로 뚝 떨어졌다. 용인지역에 주력하던 아파트사업은 난개발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금흐름의 발목을 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3천여가구에 이르는 미분양 아파트에 묶여있는 돈만 5천억여원에 이른다" 고 말했다. 지난해 상반기 터진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고려산업개발에 신용등급 추락이라는 타격을 가했다. 기업어음의 연장이나 회사채 차환발행이 어려워지고 신규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진 것은 물론 은행들의 자금회수에 시달리다 결국 부도에 이른 것이다.

황성근.김남중 기자 hs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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