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찍힌 화물연대 방화 차주인 잡고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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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4일 오전 1시쯤 경북 경주시와 경계지점인 울산시 북구 7번 국도. 경주쪽 도로 한편에 세워진 폐쇄회로TV(CCTV)에 울산 차량 번호를 단 승용차가 찍혔다. 40여 분 뒤 이 차량은 다시 시속 70~80㎞ 속도로 경주시 외동에서 울산 북구 방면으로 돌아왔다. 같은 시각 울산 북구지역 도로 CCTV에 부산 번호판을 단 또 다른 승용차가 나타났다. 이 승용차는 오전 3시30분쯤 탱크로리 화재가 있었던 울주군 온양읍 일대를 거쳐 부산∼울산 고속도로 요금소 부근 CCTV에 모습을 드러낸 뒤 사라졌다. 이들 차량이 CCTV에 찍힌 시각은 경북 경주와 울산 지역 10곳에서 탱크로리 등 화물연대 비조합원 트럭 19대가 불에 탄 시각인 오전 1시10분부터 오전 3시57분 사이다. <본지 6월 25일자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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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화물차량에 불을 지른 방화범들이 타고 간 용의 차량으로 이 두 대를 지목했다. 울산경찰청은 25일 “경주·울산 접경지역과 울산 도심지역 50여 대의 CCTV 등을 분석해 이들 차량을 가려냈다”고 밝혔다.

 경찰 추적 결과 이들 차량은 모두 30대 남성이 차주로 돼 있다. 경찰은 그러나 이들 차주가 각각 주민등록 말소자와 행방불명자여서 화물연대 소속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울산경찰청 오병국(50) 수사과장은 “울산과 부산에 경찰관을 보내 인적을 확인했지만 둘 다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범법자일 가능성이 높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이날 울산 지역 화물차량 연쇄방화가 일어난 곳에서 증거물 7개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다. 증거물은 울산시 중구 남외동 인산병원 앞 도로변 화재 차량 부근에서 확인된 장갑과 페인트 잔해, 인화성 물질이 묻은 잔해물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울산에서 불에 탄 14대의 차량 가운데 7대의 차량에서 화재 잔해물이 확인됐다. 범인을 특정 지을 만한 분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직접 범행 현장을 본 목격자가 없고 방화범의 얼굴이 드러난 CCTV가 확보되지 않아 현상금을 내건 공개수사 전환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화물연대 소속이 아닌 차량만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CCTV가 없는 곳만을 고른 점 등으로 미뤄 화물연대 가입자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25개 팀 143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방화범을 쫓고 있다.

 울산지검도 공안대책지역협의회를 열고 종합대책을 논의했다. 검찰 관계자는 “화물연대 소속이 아닌 차량 27대에 대한 방화가 집단운송거부를 앞두고 일어난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울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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