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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아름다운 날들〉의 이병헌

중앙일보

입력

"어떤 연기자가 '배우'답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있는 것은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음에도 그 연기자가 대중들에게 아직 보여줄'보따리'가 많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SBS의 새 수목드라마〈아름다운 날들〉에 차가운 카리스마를 지닌 레코드회사의기획실장 '민철'역으로 캐스팅된 이병헌(31)은 "그런 연기자가 되기 위해 항상 준비하는 자세로 살고있다"며 운을 뗀다.

이병헌은 '민철'이 선,악으로는 구분할 수 없는 복합적인 캐릭터의 인물인지라연기의 적절한 선을 설정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완결된 시나리오를 통해 인물의 캐릭터를 충분하게 연구한 뒤 촬영에 들어가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매회 대본이 수정되기 때문에 연기가 쉽지 않단다.

"저는 연기를 하는데 있어, 앞,뒤의 개연성을 무척 따지는 스타일인데요, '민철'은 그것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촬영할 때마다 감독님이 귀찮다고이야기할 정도로 꼬치꼬치 묻다 보니까 현재 촬영 중인 4부에 와서는 어느 정도 감을 잡게 됐습니다." 지난 91년 KBS 공채탤런트로 연기에 입문한 이병헌은 어느 새 경력 10년의 중견연기자가 됐다.

"관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진짜 배우가 됐다"는 이장수PD의 말마따나 자신의 연기에 대해 자신감을 보일 법도 한데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

"처음 연기생활을 시작했을 때 하늘같이 보였던 선배들의 자리에 제가 와있다는것이 신기하기만 해요. 하지만 아직도 배워야할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병헌은 지난 해〈공동경비구역 JSA〉의 대성공과 최근〈번지점프를 하다〉에서의 인상적인 연기로 대중들에게 탤런트보다는 영화배우로서 각인돼있는 상태.

"드라마는 방영 당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보지만 쉽게 잊혀져버리고 말기 때문에 소비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1백년짜리 예술이라고 불리는 영화는 그렇지 않죠. 다만 몇 사람이 보더라도 그 사람의 인생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것이영화 아닌가요?"

그런 그가 이번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것은 이장수PD와 맺은 인간적인 의리와 SBS측과의 전속계약 때문이다. "SBS와의 전속계약이 끝나면 영화에만 전념할 것이냐"고 묻자 "그런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명확한 대답을 피한다.

이병헌은 이 드라마 촬영으로 인해〈공동경비구역 JSA〉가 본선 경쟁 부문에 오른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일생에 한 번 뿐일 지도모르는 기회이기 때문. 하지만 "자꾸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자신이 맡은 일에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는 말로 아쉬움을 달랬다.

"앞으로의 계획은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어요. 단지 진짜 배우가 됐다는 평가를받을 수 있을 때까지 모든 연기에 온 힘을 기울인다는 생각 뿐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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