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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밀착형 발명, 여성이 훨씬 잘한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76호 24면

지난달 초 세계 30인의 여성 발명인과 120개 여성 기업이 참가한 ‘대한민국 세계 여성 발명대회’와 ‘여성 발명품 박람회’가 국내에서 열렸다. 500점 이상의 실용적이면서도 기발한 발명 아이디어와 상품이 선보여 세계 최대의 여성발명축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미영의 여성 발명가 이야기

올해 단연 시선을 사로잡은 아이디어 제품은, 그 이름도 흥미로운 ‘안졸리나 캔디’였다. 발명자는 평범한 주부다. 설날이나 추석 명절에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졸다 자칫 사고를 당할 뻔했던,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만한 경험이 아이디어의 단초였다. 이 주부 발명자는 어느 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졸릴 때 씹으라고 청양고추를 나눠주는 행사를 보게 됐다. 거기서 힌트를 얻어 설탕을 녹여 청양고추즙을 첨가해 졸음 방지 달고나인 ‘안졸리나 캔디’를 개발했다. 꽤 효과가 있자 주변에서 서로 달라고 하면서 짧은 지속시간 등 보강할 부분도 지적해줬다. 최종 상품은 겨자를 첨가해 매운 맛의 지속도를 높이고 복분자를 넣어 단맛을 강화했다. 안졸리나 캔디는 고추의 캡사이신과 겨자의 미로신 성분이 혼합돼 입에 넣자마자 바로 무시무시한 매운맛이 나면서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운전자가 이 캔디를 먹으면 이름처럼 절대 안 졸린다는 것이다. 이 주부 발명자는 생활 속의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가로도 변신했다. 세계 여성 발명대회로 여러 언론에 소개되고 입소문도 나자 전국 유통회사들로부터 독점판매권을 달라는 연락이 쇄도하고 있단다.

이런 사례처럼 여성 발명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생활 밀착형’ 아이디어가 많다. 일상 삶을 보다 편리하게 개선시켜주는 생활 발명, 그것이 바로 여성 발명이 갖는 큰 장점이다. 스팀 청소기와 음식물 건조기, 친환경 탈취제 등 생활 속 발명으로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분도 많다.

발명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특허로 인기 상품을 만들어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분이 있다. 그의 발명품도 생활의 재발견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다 긴 운동화의 바닥 속까지 빨기가 힘들자 지퍼를 이용해 신발 발등 부위를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분리형 운동화를 상품화했다. 대한민국 여성 발명품 박람회에서 소개되면서 일본 바이어로부터 10만 켤레, 2억원어치의 주문을 받는 등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저가의 복제품들이 잇따라 나와서 한때 경영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그러자 그 특허권을 적당한 가격으로 운동화 업체에 넘겨 실리를 챙기기도 했다. 올해의 여성 발명인으로 선정된 한 여대생은 70여 건의 특허출원을 내고 이 중 가로수 보호 덮개 등 6건의 디자인 권리를 관련 업체에 이전해서 대학생 치고는 꽤 괜찮은 수입을 올렸다.

이것이 지식재산의 힘이다. 산업생산시대와는 달리 지식재산 시대에는 자본의 투자 없이, 취업이나 창업을 하지 않아도 경제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상상력과 아이디어·창의성이 돈이 된다. 다만 명심할 것이 있다. 아이디어가 발명품과 지식재산권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의 가치는 무한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지식재산권으로 실현시키지 못하면 아무런 값어치도 갖지 못한다.

발명이란 일의 효율을 높이고 생활을 편리하게 바꾸는 것이고, 인간이 더욱 건강하고 편리하게 살기 위한 노력이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기원전 3만 년의 활과 화살부터 오늘날의 스마트폰까지 역사 속에서 세상을 바꾼 발명품들은 언제나 불편함을 없애고 좀 더 편하게 살아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발명과 지식재산권에 눈을 돌려보자. 사는 것이 힘들다고 푸념하기보다 희망을 갖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보자. 새로운 발명이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세상을 살기 좋게 만들 수 있다.



한미영 이화여대, 미국 보스턴대학, 연세대 법무대학원을 나왔다. 태양금속공업 부사장. 2003년부터 한국여성발명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여성 발명가의 대모’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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