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4번, 물 만난 박병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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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박병호(26)는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넥센 중심타선의 핵심이다.

 박병호는 20일 현재 팀이 치른 59경기에 모두 4번 타자로 나서 타율 2할9푼3리 15홈런 56타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역할을 해내고 있다. 타점은 1위, 홈런은 공동 2위다. 19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2-1로 앞선 6회 초 솔로홈런을 때려내 김병현(33)에게 국내 복귀 후 첫 승을 선물하기도 했다.

 박병호는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은 기회를 실력으로 살려내고 있다. 박병호는 2005년 LG에 1차 지명돼 프로에 데뷔했다. 계약금 3억3000만원은 당시 야수 최고액이었다. 성남고 시절인 2004년 대통령배 대회에서 고교 선수 최초이자 유일한 기록인 4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선보여 “장타력이 뛰어난 오른손 거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LG 입단 뒤 기회를 잡지 못했다. 페타지니 등과 포지션(1루)이 겹쳐 3루수로 옮기는 등 자리를 잡지 못하며 1군과 2군을 오갔다. 결국 지난해 7월 투수 심수창(31)과 함께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박병호에게 이적은 호재였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신 있게 휘두르라”고 믿음을 심어주며 박병호를 붙박이 4번 타자로 기용했다. 2군행 걱정이 사라진 박병호는 이적 뒤 51경기에서 타율 2할6푼5리 12홈런 28타점으로 화답했다. 이적 전 15경기 타율 1할2푼5리 1홈런 3타점의 박병호는 더 이상 없었다.

 그리고 넥센에서 맞은 두 번째 시즌. 박병호는 진정한 4번 타자로 자리 잡았다. 벌써 홈런과 타점, 득점(34개)은 자신의 한 시즌 최다기록(13홈런 31타점 31득점·2011년)을 넘어섰다. 김 감독의 믿음에다 결혼으로 인한 심리적 안정, 책임감이 낳은 결과다.

 박병호 덕에 3번 이택근(32)과 5번 강정호(25)까지 반사이익을 보며 넥센의 중심타선은 8개 구단 중 최강으로 꼽히고 있다. 박병호와의 승부를 피하기 위해 상대 투수는 이택근·강정호와 자주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 이택근은 타율 2할8푼 5홈런 26타점을, 강정호는 3할4푼8리 19홈런 51타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박병호는 강정호와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시즌 전 꼴찌 후보로 꼽힌 넥센이 예상을 뒤엎고 당당히 4강 경쟁을 하는 이유다. 박병호는 “타이틀 경쟁을 의식하지는 않는다. 내가 못 쳐도 (이)택근 형이나 (강)정호가 쳐줘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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