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금호예술기금 운영 놓고 논란

중앙일보

입력

1998년 박성용(朴晟容)금호그룹 명예회장이 예술의전당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예술의전당에 3년에 걸쳐 기증한 운영기금 30억원의 용처를 놓고 음악계에 의견이 분분하다.

'금호예술기금' 이 국제음악콩쿠르와 음악영재에 대한 악기 대여사업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최종률 예술의전당 사장은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금호예술기금의 이자소득 중 절반에 해당하는 연간 2억원으로 국제음악콩쿠르를 신설하겠다" 며 "바이올린.첼로.피아노 등 3개 부문으로 2~3년마다 한번씩 개최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메세나(기업의 예술지원)활동이 대부분 공연사업에 대한 협찬 형태로 이뤄진 데 반해 금호예술기금은 국내 최초로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하는 재원이다.

예술의전당은 30억원에 대한 이자 중 절반은 인플레를 감안해 기금에 다시 보태고 나머지 절반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계획이다.

국제음악콩쿠르와 음악영재 지원사업이 과연 예술의전당과, 취약한 구조로 위기에 처해 있는 국내 음악계의 발전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금호문화재단측이 운영기금의 용도를 구체적으로 지정한 시점이 운영기금 헌납을 결정한 98년이 아니라 완납한 직후인 지난해 10월이라는 데에 있다.

특히 음악영재에 대한 악기 대여사업은 금호문화재단이 추진해오던 음악지원 사업이어서 금호문화재단의 사업을 예술의전당의 이름을 빌어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회성 공연지원 사업 말고도 예술의전당이 음악계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가령 상주(常住)오케스트라로 예술의전당에 입주한 코리안심포니에 상주 작곡가를 두는 일이나 예술의전당에 상주 실내악단을 두어 창작음악과 실내악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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