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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불법대출 1조2800억 … 정·관계 로비 수사는 빈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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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찬경이 임석에게 건넨 이중섭·도상봉 그림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임석 솔로몬 저축은행 회장 측으로부터 압수한 도상봉 화백의 그림 ‘라일락’(오른쪽)과 이중섭 화백의 ‘가족’(왼쪽)을 공개하고 있다. 두 작품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임 회장에게 금융감독원 검사 무마 청탁과 함께 건넨 것으로, 김 회장이 샀을 당시 가격은 각각 3억2000만원과 3700만원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6일 영업정지 된 4개 저축은행의 불법대출액이 1조2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의혹이 무성했던 퇴출 저지를 위한 정·관계 로비 관련 부분은 전혀 밝혀내지 못해 반쪽 수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20일 솔로몬·미래·한국·한주저축은행 경영진의 불법대출 및 횡령·배임 범죄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4개 저축은행의 불법대출 규모는 부실대출 4538억원, 한도 초과대출 2864억원, 대주주 자기 대출 5480억원 등 총 1조2882억원이었다. 4개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횡령·배임 액수는 김찬경(56) 미래저축은행 회장 713억원, 김임순(52) 한주저축은행 대표 216억원, 임석(50)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195억원, 윤현수(59) 한국저축은행 회장 55억원 등 모두 1179억원이었다. 검찰은 이들 4명을 포함해 11명을 구속 기소했고 미래저축은행 관계자 1명은 구속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 회장은 저축은행 자산인 미술품 12점(95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또 임 회장에게 현금 14억원과 1㎏짜리 금괴 6개(시가 3억6000만원 상당), 도상봉 화백의 ‘라일락’(시가 3억2000만원 상당) 등 그림 2점을 주면서 금융감독원 검사 무마 청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그러나 실제로 임 회장이 청탁을 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김임순 대표는 예금자 407명에게 사실상의 ‘가짜 통장’을 발급해주고 이들의 예금액 18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윤 회장은 3800억원대 불법대출 및 배임 혐의 외에 지난 2월 부하 직원에게 계열사인 진흥저축은행 주가조작을 지시해 353억4000만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이들로부터 총 3327억여원의 은닉 재산을 찾아내 예금보험공사에 환수 조치하도록 통보했다.

 그러나 검찰은 저축은행의 퇴출 저지 로비 등 정·관계 로비 의혹은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앞서 김찬경 회장이 김모(대기발령) 청와대 선임행정관 형제에게 100억원의 채무 탕감 특혜를 줬다는 정황을 포착했지만 김 행정관을 소환조사하지 않았다. 100억원대 채무 탕감 과정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던 김승유(69)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천신일(69)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합수단은 이와 별개로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의 여직원 계좌에서 발견된 출처 불명 7억원 의혹 사건과 이명박 대통령 조카사위인 전종화(46) 전 나무이쿼티 대표가 연루된 씨모텍 의혹 사건도 수사했다. 이 역시 검찰 수사에서 새로 드러난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운식 합수단장은 “4개 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앞으로 수사를 진행해나갈 것”이라며 “이 전 의원 관련 사건도 계속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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