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강우 실용단계 중국 … 전용기 한 대 없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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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40여 일 넘게 중부 지방에 지루한 가뭄이 이어지던 지난 15일 서울 하늘에 모처럼 낮은 구름이 덮였다.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인 오성남 연세대 객원교수가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에 급히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낮은 구름이 깔려 있어 인공적으로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인공강우(人工降雨) 시도를 제안했다.

 하지만 기상연구소는 이를 수용하지 못했다. 아직 인공강우 기술이 충분히 확보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상연구소의 이철규 수문기상연구팀장은 “요즘 같은 가뭄에 인공으로라도 비를 내리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며 “하지만 기술, 장비 등 준비가 덜 된 상태라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18일 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인공강우는 수증기가 물방울 또는 얼음알갱이가 되도록 하는 응결핵이나 빙정핵, 즉 ‘씨앗’을 뿌려 비가 내리도록 하는 기술이다. 요오드화은(AgI)이나 드라이아이스·염화칼슘 같은 씨앗은 항공기를 동원해 뿌릴 수도 있고, 대포나 로켓을 쏘아 뿌릴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1994년부터 인공강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에야 항공기를 이용한 본격 연구를 시작한 데다 아직은 주로 비가 아닌 눈을 내리게 하는 인공증설 실험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걸음마 단계라는 자체평가다. 무엇보다 국내에는 인공강우 실험에 필수인 전용 항공기가 없다. 인공강우 실험을 제대로 하려면 여름철에도 기온이 0도 안팎까지 떨어지는 고도 10㎞ 상공까지 올라갈 수 있는 20인승의 비행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연간 5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항공기를 그때그때 임차해 쓰고 있다. 여기에 드는 돈만 3억원이다.

  기상연구소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9차례 실시한 실험에서는 8차례 눈이나 비를 더 내리게 만들어 42%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 팀장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대비해 2017년까지 인공증설 기술을 확보하는 게 현재 목표”라며 “이를 위해 2016년 기상전용 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는 미국·중국·러시아 등 40여 개국이 인공강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러시아·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실용화 단계 다. 특히 중국은 매년 가뭄 때마다 군수송기와 로켓·포탄을 이용해 인공강우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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