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못 참아 집앞에서 찔끔” “방광이 예민해진 탓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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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에 접어든 여성에게 말 못할 고민이 있다. ‘과민성 방광(증후군)’이다. 말 그대로 방광이 예민해져서 생기는 증상이다. 화장실을 수없이 들락거리지만 팬티에 실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문제는 여성 대부분이 나이 들면 누구나 겪는 일로 치부한다는 사실이다. 배우 이혜숙 씨(51)도 갱년기를 겪으면서 과민성 방광으로 밤잠을 설친다. 이혜숙 씨와 또래 여성인 김명숙(49·경기 성남시)씨, 김성구(51·서울 양천구)씨가 12일 이화산부인과 정호진 원장(경기도 분당구)을 찾았다.

탤런트 이혜숙씨(왼쪽)가 정호진 원장(왼쪽에서 두 번째)·김명숙씨·김성구씨(오른쪽)와 함께한 자리에서 과민성 방광으로 밤잠을 설친 경험을 이야기 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이혜숙: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가면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10번은 들락거려요. 특히 밤에 잠들 무렵, 소변이 마려워 두 번 이상은 화장실에 꼭 가요. 매일 이러니 잠을 깊게 못 자 다음날이면 온종일 피곤해요.

▶정호진 원장: 과민성 방광의 특징 중 하나가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이죠. ‘‘자주 본다”는 기준은 화장실에 다녀온 후 3시간을 참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루 8회 이상 화장실에 가면 빈뇨 증상에 해당됩니다. 특히 잘 때 두 번 이상 가면 야간 빈뇨라고 하죠.

-김성구: 과민성 방광은 무엇인가요?

▶정 원장: 과민성 방광에는 소변횟수가 잦은 ‘빈뇨’, 자다가 일어나 소변을 보는 ‘야간 빈뇨’,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요절박’, 갑자기 요의를 느끼면서 소변이 새는 ‘절박성 요실금’이 있죠. 우리나라 성인 인구 10명 중 3명은 과민성 방광을 앓고 있습니다. 뚜렷한 발병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 출산, 갱년기의 급격한 호르몬 변화 등이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과민성 방광 환자의 80%는 여성입니다.

-이: 작년부터 갱년기가 겹치면서 이런 증상이 심해졌어요.

▶정 원장: 과민성 방광은 50살 전후 갱년기가 찾아오면서부터 크게 늘죠. 이때는 호르몬 영향으로 질과 요도의 점막이 건조해지고, 근육이 느슨해지면서 과민성 방광이 잘 생깁니다. 전체 여성의 14%, 40대 이후 여성 18%에게서 나타납니다. 실제로는 여성의 30~40%가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나이 어린 10대에서도 이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요즘 청소년은 과거에 비해 학업 스트레스가 많죠.

-김명숙: 사무실에서 커피를 자주 마시는데 그때마다 화장실로 직행해요. 이것도 과민성 방광인가요?

▶정 원장: 커피를 좋아하는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납니다. 카페인의 이뇨작용이 증상을 부추기죠. 방광의 용적은 약 400㏄입니다. 일반인은 소변이 350㏄ 정도될 때 요의를 느끼죠. 하지만 과민성 방광 환자는 100~200㏄만 차도 마렵습니다. 방광의 신경이 예민해진 탓입니다.

-이: 병원에는 언제 찾아 가야 하나요?

▶정 원장: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전문의의 진단을 권합니다. 과민성 방광일 수도 있고, 방광염 등 염증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자궁근종이나 골반 내 혹이 생긴 경우에도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늡니다.

-이: 요즘 저는 배뇨 건강을 좋게 한다는 건강기능식품을 먹는데 밤에 화장실 가는 횟수가 조금씩 줄었어요. 페포계 호박씨를 주원료로 한 제품입니다.

▶정 원장: 콩에는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이소플라본 성분이 있습니다. 갱년기 여성에게 좋으며 과민성 방광 개선에 도움을 줍니다. 대두 배아에 들어있는 다이드진·제니스틴·글리시틴 성분은 방광의 과도한 수축을 억제해 배뇨기능을 개선해요. 폴리페놀이 풍부한 호박씨도 좋습니다. 이 같은 성분이 함축된 건강기능식품은 도움이 됩니다. 방광을 자극하는 커피나 탄산음료는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김명숙: 퇴근하기 전 꼭 화장실에 들려요. 깜박 잊고 퇴근한 날엔 집 앞에서 번호키를 누르다가 그만 팬티에 실례하기도 해요.

▶정 원장: 팬티라이너를 착용하지만 관리를 잘 해도 냄새가 나기 쉽죠. 이런 이유로 스스로 위축되고 고립된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스트레스가 쌓이고, 우울증까지 찾아옵니다.

-김성구: 물을 많이 마시면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게 됩니다.

▶정 원장: 물을 조금씩 자주 나눠 드세요. 또, 골반저근 강화훈련인 케겔운동(10~30초 수축 후 이완을 하루 30회)을 계속 하시면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심교 기자

페포계 호박씨는=스위스에서 나는 특수종자 호박씨로 독일 등 유럽에서는 1980년대부터 과민성 방광 치료에 약용으로 처방돼 왔다. 폴리페놀 성분이 방광 내압을 줄여 배뇨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 이대목동병원 심봉석 교수(비뇨기과)팀은 과민성 방광 환자 120명에게 호박씨 추출물 등 복합물(페포계 호박씨 추출물과 대두 배아 추출물)의 증상개선 효과를 연구한 결과, 섭취 12주 후 일일 평균 배뇨 횟수와 야간 배뇨·절박뇨 횟수가 모두 준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페포계) 호박씨 추출물 등 복합물을 개별인정형(원료의 유효성을 인정)원료로 승인 받았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이 복합추출물로 만든 ‘요로소’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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