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치히터] 야구 명산지 '산 마코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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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에 접해있는 도미니카 공화국에는 '산 페드로 디 마코리스'라는 작은 항구마을이 하나있다. 인구가 6천명이라고도 하고 20만명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다는 얘기다.

이 '산 페드로'마을엔 6개의 제당공장이 있었으며 이 마을의 주민들은 대부분 이 6개의 제당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사탕수수 수확철이 되면 이웃 국가인 쿠바에서도 일꾼들이 몰려들어 도미니카의 수도인 '산토도밍고'보다 더 많은 인파가 붐비는 마을이다.

그런데 이 '산 페드로 디 마코리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을이 된 것은 그곳에서 생산되는 사탕수수 때문이 아니라 그 곳 설탕공장에서 일하는 일꾼들의 아들들 때문이다.

예전에 LA다저스의 4번타자이자 타격 2위를 차지했던 '페드로 게레로'가 이곳 출신이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에이스 투수였던 '호아킨 안두하'도 이 마을 출신이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강타자였던 '조지 벨'도 이 작은 항구마을 출신이다.

인구 6백만명이 넘는 '시카고'시에서 태어난 메이저리그 현역선수는 고작 6명밖에 되지 않는데 이 작은 포구출신의 메이저리거는 무려 8명이나 된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메이저리그의 30개 구단은 이곳에 스카우트요원을 보내 쓸만한 재목감을 걸러내느라고 혈안이 되고있다.

이 마을 어린이들은 4살만 되면 벌써 골목이나 공터에 나가 공을 던지고 받는다. 아버지 어머니가 설탕공장에 나간 사이 어린이들이 할 일이라곤 야구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미니카 어린이들의 꿈은 대장이나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야구선수가 되던가 아니면 프로복서, 아니면 가수가 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들은 답답하고 작은 '산 페드로 디 마코리스'를 떠나 보다 큰 세상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돈도 벌고)

우리나라에도 '산 페드로 디 마코리스'같은 야구선수의 명산지가 있으니 바로 영일만에 접해있는 포항-영덕지구가 그곳이다.

85년 최다승과 최고 승율의 2관왕이 된 김시진, 옛 MBC청룡의 김경표, 신계석이 바로 이곳 출신이며 아마추어 포철에서 활약했던 김진동 등이 이곳에서 태어나던가 자랐으며 지금 미국에 건너가 있는 투수 김현재(휘문고 출신)도 이곳 출신이다.

'산 페드로 디 마코리스'나 영일만은 모두 만(灣)에 위치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곳 모두 신선한 바닷바람이 있고 단백질 많은 생선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85년에 LA다저스는 이곳에 야구학교를 세우고 거리의 청소년들에게 본격적으로 야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우리 구단 중에는 영일만에 야구학교를 세울 구단은 없는 것일까? 이런 경우 이곳에서 자원봉사할 은퇴한 야구인은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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