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터뷰] 한국도자기 그룹 김동수 회장

중앙일보

입력

한국도자기그룹 김동수 회장은 빚에 한이 맺힌 경영인이다.

1960년대 중반 선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 받은 金회장은 당시 매출액의 40%를 사채이자로 갚느라 혼이 났다.

아무리 벌어도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그는 '빚을 갚아주면 나의 영혼을 데려가도 좋습니다' 고 기도까지 했다고 한다.

金회장은 70년대 초반 내놓은 홈세트 '황실장미' 가 히트해 오일쇼크의 어려움을 딛고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그 후 그는 사채는 물론 은행빚조차 안지는 무차입 경영을 고집하고 있다.

- 60년이 다 된 회사치곤 성장세가 더딘 편인데.

"청주공장을 견학한 사람들은 시설이나 규모를 보고 1조원 정도의 매출을 거뜬히 올리는 회사로 여긴다. 그러나 도자기는 업종의 특성상 1천여종의 도자기를 만들어야 하는 등 생산체계가 복잡하다. 생산자동화 비율을 80%로 끌어 올렸지만 매출액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 보수적인 경영으로 일관한 배경은.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이 이뤄지면 나는 성취감을 느낀다. 10년전 회장품사업에 나선 것은 수요층이 도자기와 같은 주부란 점 때문이었다. 생활.주방용품을 판매하는 세인트제임스도 같은 생각에서 설립한 것이다. 80년대 후반 건설 등 여러 사업을 제안받았고 투자 기회도 많았지만 분수에 맞지 않는 투자나 사업을 벌이지 않았다."

- 계열사 사장 자리를 모두 가족이 맡고 있는데.

"도자기는 가업(家業)이다. 그런 관계로 형제나 2세들이 일찌감치 경영에 참여했다.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적인 경영식견도 갖추고 있다. 유능한 인재들이 최근 몇몇 들어와 이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

- 2세에게 대물림할 것인가.

"큰 아들(한국도자기 김영신 부사장)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 억지로 시킬 생각은 없다. 다행히 일에 취미를 느껴 잘하고 있다. 일주일에 절반을 공장에서 일한다고 한다. 둘째(한국도자기 해외사업담당 김영목 상무)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하고 있다."

- 계열사별로 분가할 계획은.

"크지 않은 회사를 쪼개면 힘이 떨어진다. 분가는 안한다."

- 향후 역점사업은.

"다음달 혁신적인 도자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독자 브랜드로 수출할 것이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7개국에 상표등록한 세인트제임스 브랜드로 패션사업도 해볼 생각이다. TV홈쇼핑 컨소시엄에도 참여했다. 2003년께 한국도자기를 상장할 계획이다. 주주들의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상장을 미뤄왔다. 이익금은 은행에 차곡차곡 저축하고 있다."

- 해외에서 브랜드의 지명도가 낮은데.

"영국의 웨지우드 등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도자기업체들도 한국도자기의 품질과 생산시설을 일류로 대접한다. 백악관에 납품하는 미국의 최대 도자기업체인 레녹스도 우리 제품을 미국 시장에 팔고 있다. 해외판촉망 확보를 위해 애를 쓸 생각이다."

◇ 김동수(65)회장은〓 '노사가 함께 먹고 살자' 는 경영신조를 가지고 있다.

외환위기 때도 감원을 안했다. 창업 이래 노사분규가 한건도 없다.

지난해 노사협의회에서 직원들이 임금을 10% 올려 달라고 하자 15%를 인상했다.

"가정이 행복하지 않으면 도자기 생산에 정성을 기울일 수 없다" 며 명절때 보너스 외에 '효도 보너스' 봉투를 주고 매년 임직원의 효도여행을 지원하고 있다.

연세대 경제학과(55학번)를 나와 한때 청주대학교 경영학과 강사로 뛰었고 청년기의 꿈은 대학교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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