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신회사들 돈줄 비상

중앙일보

입력

유럽 대형 통신회사들의 자금줄에 비상이 걸렸다.

무디스.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등 신용평가회사들이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을 최근 잇따라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유럽 통신업체들은 지난해 유럽 각국 정부에 수십조원을 내고 차세대 이동통신 주파수를 낙찰받느라 거액의 빚을 졌는데 최근 장사가 잘 안돼 제때 빚을 갚을 확률이 낮아졌다는게 신용평가회사들의 분석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발행이 곤란해지고, 발행에 성공하더라도 비싼 이자를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통신시장 전망 악화로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도 어려워지고, 은행들도 돈을 꿔주려고 하지 않아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프랑스텔레콤.브리티시텔레콤.도이체텔레콤.KPN(네덜란드)등 주요 4개사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총 3백80억유로(약 44조5천억원)다.

프랑스텔레콤의 경우 지난 주 이동통신 자회사인 오렌지사를 상장시키면서 지분을 매각해 70억유로를 조달했다.

이 금액은 당초 계획했던 것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자 무디스는 프랑스텔레콤과 오렌지사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두단계나 떨어뜨렸다.

S&P도 신용등급을 한단계 낮추면서 "추가로 등급을 낮출 수 있다" 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무디스와 S&P는 KPN의 신용등급을 각각 두단계, 한단계 떨어뜨렸다. 이로써 KPN의 신용등급은 주요 4개사 중 가장 낮아졌다.

이 밖에 S&P는 브리티시텔레콤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 에서 조만간 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인 '부정적 신용관찰' 로 바꿨으며, 무디스는 도이체텔레콤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 에서 '부정적' 으로 낮췄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이들 4개사의 부채비율이 워낙 높아 앞으로 8백50억유로의 빚을 줄여야만 신용등급이 더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통신회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마련중이다.

도이체텔레콤은 미국 스프린트사의 지분 10%를 80억유로에 매각하고, 지역 케이블방송 네트워크 등을 처분해 총 2백억유로를 마련할 계획이다.

브리티시텔레콤도 이동통신 사업부문인 BT와이어리스를 별개 회사로 떼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