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언론국조' 역제의 공방

중앙일보

입력

여야가 19일 지난 94년 언론사 세무조사와 이른바 `언론대책 문건'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각각 `조건부'로 수용할 뜻을 밝히는 등 서로 정치적 의지가 없는 국정조사를 정쟁 도구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김대중 독재정권 언론장악음모 규탄대회'에서 "우리가 주장하는 (`언론문건'및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여당측이 요구하는 94년도 세무조사 자료폐기 의혹 관련 국정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맞서 민주당측은 "한나라당이 요구하고 있는 `언론개혁 문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려면 한나라당이 지난해 작성한 `언론장악문건'에 대한 국정조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역제의했다.

이같은 한나라당 이 총재의 제의에 대해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명백한 증언과 증거가 있는 94년 세무조사를 은폐.축소한데 대한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한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또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도 `언론개혁 문건'과 `언론장악문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병행실시하자는 민주당측의 제의는 "언론개혁 문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거부하기 위한 말장난"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여야가 정치현안마다 상대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면서 실현성없는 국정조사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대해 정치권 일부와 시민단체들은 국정조사가 각종 의혹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수단이라기 보다는 여야의 주장을 부각시키기 위한 공방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민련은 이날 확대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요구한 `언론개혁 문건'에 대한국정조사 반대입장을 재확인하고 민주당측이 요구한 94년 언론사 세무조사 자료파기의혹 국정조사에 대해선 당론 결정을 유보했다고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측은 94년 세무조사 자료폐기 의혹과 관련, "당시 는 군사정권하에서 권.언유착으로 세무조사를 안받아 왔기 때문에 실시한 정당한 법집행이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와 `언론개혁 문건'은 현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인 만큼 94년 세무조사와는 근본적으로 틀린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안정남(安正男)
국세청장은 이날 오전 국회 재경위 업무보고에서 세무조사 자료파기 논란과 관련, "청장 취임후 알아보니 (조사)
당시부터 나의 취임 시점까지 그 자료가 없다고 하더라"면서 "다만 결정결의서나 마지막 조사복명서는 나와 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해 관련자료의 폐기 가능성을 시사했다.(서울=연합뉴스)
조복래 김민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