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시장에 M&A '봄바람'

중앙일보

입력

벤처 시장에 '기업 인수합병(M&A)' 봄바람이 분다.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주가상승에 힘입어 이달 들어 사채업자 등 물주(物主)들이 벤처 투자에 속속 뛰어들면서 매물 시장이 활기를 띠기 때문이다.

온라인쇼핑몰인 C사는 최근 사채업자 등과 공동으로 코스닥 등록 기업인 I사를 인수했다.

상장사 대주주로 부상한 이 회사는 가치가 오르는 등 자금조달이 원활해지자 이를 기반으로 헐값에 알짜 벤처를 잡는 등 2차 M&A를 추진중이다.

코스닥 등록사인 H사는 얼마전 회사를 매물 시장에 내놓았다. 주식 시장이 다소 활기를 띠면서 상장 프리미엄이 오르자 비싼 값에 회사를 팔기 위해서다. 중견 인터넷 업체 K사가 물주들과 함께 얘기를 진행중이다.

이밖에 중견 벤처기업인 H사와 인수 후 개발(A&D) 주도주인 T.E.P.B사 등 구체적으로 M&A가 거론되는 사례만도 10여사에 이른다.

벤처인에이블의 김웅겸 사장은 "지난해와 달리 M&A 주도 세력이 디지털 브로커에서 인터넷 CEO로 바뀌어 신뢰를 얻은 데다 기업 가치를 높이려고 벤처 임직원까지 회사 매각에 적극적" 이라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하나경제연구소는 올해 국내 증시에서 M&A와 A&D 테마가 지속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주식 시장이 살아나면서 정부가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M&A 활성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지난해 정현준 사건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뒷문 등록' (껍데기만 남은 코스닥 기업을 얼굴마담으로 시장에 상장.Back Door Listing) 등 부작용이 다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코스메틱랜드의 최선호 사장은 "벤처를 살리려면 자금의 선(善) 순환이 필요하다" 며 "벤처인의 의식도 바뀐 만큼 정부의 M&A 지원책 등 오히려 시장 활성화가 시급하다" 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웅희 수석연구원은 "숨은 알짜 벤처들이 M&A와 지분 매각을 통해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 며 "신기술은 있으나 유통망이 없는 등 부족한 부분을 기술거래소나 전문가를 통해 기업 매각 등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장흥순 벤처협회장(터보테크 사장)은 "최근의 벤처산업 정책은 시장기능 활성화에 맞춰야 할 것" 이라며 "코스닥시장과 M&A 활성화가 중심축이 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한편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경영권까지 내놓는 온라인 공모도 다시 등장할 조짐이다. 컨설팅 전문업체인 e-아이피오는 이달 말쯤 국내에선 처음으로 영문 사모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모바일 솔루션업체인 S사 등 4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공모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곽판규 사장은 "시장이 활성화되면 경영권을 넘기는 선진국형 온라인 M&A도 생각하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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