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핵심인력 해외유출 심각

중앙일보

입력

미국 등 정보통신(IT)산업의 선진강국들이 관련 핵심인력유치 정책을 공격적으로 펴는 가운데 국내 IT산업 인력시장은 극심한 수급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현재 핵심인력 부족분을 3만3천여명으로 추산하며,2005년까지는 14만2천명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해마다 5만명 이상이 IT관련 직업을 얻기 위해 전문학원을 거쳐 나가지만 이들의 취업률은 20%선에 그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산업인력 담당자는 이와 관련해 “대학 문을 나서는 신규 취업희망자까지 포함하면 IT핵심인력 분야에서 구직자 중 취업자 비율이 10대 1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IT기술의 메카로 불리는 대덕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석·박사급 연구 인력 1천7백여명 중 지난 한해 동안에만 이곳을 떠난 사람은 3백여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을 기준으로 하면 1천1백명이 자리를 옮겼다.이 가운데 5∼10%가 해외에 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ETRI는 ‘비동기 방식 이동통신 단말기 개발’을 비롯해 ‘인터넷정보 가전기술 개발’‘광전송 및 링크 개발’등 파급효과가 매우 큰 국책 프로젝트의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18일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한국통신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관계자들도 “프로젝트 팀장이나 팀장 관리자들이 고액의 연봉과 한 차원 높은 삶의 질을 찾아 미국의 실리콘 밸리 등으로 떠나고 있다”고 말한다.

단국대 김태기(노동경제학)교수는 “자격증을 가진 신규 구직자는 많지만,기업은 현장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핵심인력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핵심인력을 양성하는 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하며,만일 실패하면 경제성장을 선도하고 있는 IT산업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국내 IT업계는 핵심인력의 부족현상이 심화하면서 기업간에 인력 빼가기 경쟁이 치열하고,일부 프로젝트의 중단 등 부작용이 심각한 실정이다.

업계는 이같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관련 회사를 인수하고 외국 인력을 수입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핵심인력이란=통상적으로 정보전략 기획, 시스템 분석 ·통합, 웹 개발 ·관리, 네트워크 설계 ·관리, 데이터 베이스 개발 ·관리, 프로그래밍, 기술 지원, 디지털 미디어 분야 등에서 한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본 노동력을 일컫는다.

기획취재팀=전영기 ·최상연 ·김현기 기자,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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