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관리종목 도박장세 극심…문제종목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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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중단.법정관리.자본전액잠식 등에 따른 관리종목들이 지나치게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투기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생산을 완전히 중단한 업체가 아무런 이유없이 수일간의 연속 상한가를 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폭등세가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작전세력의 시세조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이에따라 증권거래소는 폭등한 관리종목중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일부 사안은 이미 금융감독원에 통보한 상태다.

18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2일∼2월15일중 주가상승률 상위 10개 관리종목의 주식가격은 평균 246.3% 뛰었고 상위 20개종목은 165.2%, 30개 종목은 128.5%나 각각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은 15.9%에 그쳤다.

종목별로는 동양철관(1우)의 지난 15일 종가는 11만3천500원으로 1월2일의 1만3천500원보다 740.7%나 뛰었다.

동양강철(2우B)은 1만1천원에서 3만9천750원으로 261.3%, 삼호물산(1우)은 1천840원에서 6천210원으로 237.5% 각각 올랐다.

또 ▲신원인더스트리 225.7% ▲의성실업 218.3% ▲스마텔 187.8% ▲동양철관 180.3% ▲인터피온 171.6% ▲세양선박 134.6% ▲동양강철(1우) 105.0% ▲리젠트종금 95.5% ▲핵심텔레텍(1우) 93.9% 등의 상승률을 보였다.

스마텔의 경우 지난 2일부터 7일연속 상한가를 낸 뒤 13일 소폭 떨어졌다가 14일에 이어 15일 오전까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작년 11월부터 생산을 중단하고 있으며 직원은 4명에 불과하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매출이 `제로'라고 최근 공시를 했는데도 가격이 지나치게 뛰어 소액투자가들이 피해를 입을까 걱정된다'면서 '유통주식수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기세력의 인위적인 주가조작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동양강철(2우B)도 지난 7일부터 7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외자유치가 진전된 바 없다고 공시까지 했는데도 주가가 오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상태인 신원인더스트리는 1월3일부터 4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오른데 이어 2월9일부터 5일간 연속상한가를 냈다.

청산될 예정인 대우중공업은 지난 2일 10원에 재상장돼 16일까지 무려 11일간 상한가를 기록했다.

증권거래소는 다음달말까지 나오는 대우중공업 사업보고서를 분석해 영업활동에 필요한 자산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조기에 상장폐지한다는 계획이지만 상한가 행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경영상태와 상관없이 폭등하는 관리종목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으며 일부종목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들도 한국증시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라면서 '무엇보다도 주가조작.시세조종 등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사법부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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