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재무, 美-日 경제회복 대책 촉구

중앙일보

입력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은 17일 미국과 일본의 경제침체에 우려를 표시하고 양국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미국의 폴 오닐 재무장관은 미국 정부가 더 이상 `강한 달러' 정책을 고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폭락사태를 불러일으킨 뒤 이날 미국의 외환정책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전날 알려진 발언내용을 수정했다.

이탈리아 시칠리의 팔레르모에서 열린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폐막성명을 통해 "대다수 주요 선진국의 성장을 지탱해온 기본 요인들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세계경제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그러나 성명은 "미국이 비록 경제의 제반 기초가 건실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금리 정책은 물론 감세와 같은 예산정책을 통해 경제회복을 지원할 것을 미국 정부에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일본 경제에 대해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되지만 하락의 위험은 남아있다"고 경고하고 "경기 진작을 위해 일본은행이 통화공급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일본 재무상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지난 9일 단행한 일본은행의 공정이율 인하조치를 다른 G7 국가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해 이번 성명에서는 일본경제에 대한 어조가 상당히 순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회의에서는 일본 경제에 대해 일반적인 용어를 사용한 점과 대조적으로 이번 회의에서는 통화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일본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통화공급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 일본 경제의 하락세로 인한 세계 경제의 위축 우려에 대해 언급했다. 호르스트 쾰러 IMF 총재는 G7 재무장관들에게 IMF의 2001년 세계경제 성장전망이 지난해 10월 4.2%에서 3.4%로, 미국의 성장전망은 3.2%에서 1.7%로 각각 하향조정했다고 밝힌 것으로 카이오 코흐베저 독일 재무차관이 전했다.

그러나 유럽 경제는 견실한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폐막성명은 "12개 유로화 가입국들의 강력한 국내수요 등에 힘입어 유럽의 성장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디디어 레이더스 벨기에 재무장관은 유로 가입국을 대표한 기자회견에서 미국경제는 침체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유럽은 이에 대항할 태세가 돼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공습으로 다시 불안에 놓이게 된 국제유가에 대해 G7 재무장관들은 "더 낮은 에너지 가격과 안정된 석유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환율 정책에 대해 G7 장관들은 폐막성명에서 "환율은 경제의 기본여건들을 반영해야 하며 우리는 외환시장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적절한 협력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후 국제회의에 처음으로 참가한 오닐 재무장관은 "회의 참가자 중 누구도 최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폭락사태를 불러일으켰던 나의 언론회견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다"면서 "오랫동안 견지해온 강한 달러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회의에 초청된 러시아 당국은 외채 상환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고 유럽지역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G7 장관들은 빈국에 대한 부채 탕감조치를 이행하겠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빈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에 대해 시장개방을 확대하는 조치를 포함해 더욱 광범위하고 야심적인 전략이 빈곤감축을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최근 세계 각지에서 잇따랐던 반자본주의 시위에 대비해 회의장 주변에서 삼엄한 경비를 펼쳤으나 이탈리아 노조원 수십명의 실업자 대책 요구시위 이외에 큰 소동은 없었다. (팔레르모<이탈리아> AP.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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