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 외 주말의 TV토요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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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EBS 밤 9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 는 프랑스 상류사회의 자유분방한 성 풍조를 그린 작품으로 1782년 발표된 이래 60년간 금서 목록에 올라야 했던 '저주받은' 고전이다.

감독 로제 바딤은 1백75편의 편지로 이뤄진 이 서간체 소설을 1960년대 파리로 데리고 와 현대물로 각색했다.

바딤은 '위험한 관계' 를 발표하기 앞서 52년 육체파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와 찍은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로 스타덤에 오른 감독이다.

줄리에트(잔 모로) 와 발몽(제라르 필립) 은 성적 쾌락과 흥분을 좇아다니는 부부. 이들은 각각 다른 사람과 불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 사실을 서로에게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의 성적 체험을 털어놓고 공유하는 기묘한 사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유지되는 이유는 각각의 파트너와 성관계는 맺되 절대 감정적으로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

어느날 줄리에트는 신앙심 깊은 처녀 마리안을 범하라고 발몽에게 지시한다. 아내의 강요에 못 이겨 마리안에게 접근한 발몽은 그만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이로 인해 번민하게 된다.

이 작품은 88년 스티븐 프리어즈가 '위험한 관계' 로, 89년 밀로스 포먼이 '발몽' 으로 리메이크했을 만큼 영화감독들에게 매력적인 소재로 어필했다.

루이 말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 프랑수아 트뤼포의 '쥘과 짐' 등 숱한 화제작에 출연한 관록의 여배우 잔 모로의 젊은 모습을 볼 수 있다.

59년작. 원제 Les Liaisons Dangereuses.

메리 라일리 (KBS2 밤 10시40분)

영국 소설가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를 토대로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이중성을 조명한 작품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어둡고 음산하다.

메리 라일리(줄리아 로버츠) 는 지킬 박사(존 말코비치) 의 충실한 하녀. 메리는 온순한 성격이지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 학대받았던 어두운 과거가 있다.

박사는 어느날 메리에게 자신의 조수라며 하이드를 소개하고, 하이드의 불가사의한 매력에 사로잡힌 메리는 그에게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털어놓는다.

스티븐 프리어즈는 영국의 인종차별주의와 대처리즘을 비판한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를 발표해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감독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96년작. 원제 Mary Reilly.

제로니모 (MBC 밤 11시10분)

19세기 후반 서부로 밀려 들어오는 개척자들을 상대로 버틴 유일한 부족인 키리카화족.

제로니모(웨스 스투디) 는 그들의 영웅이다. 제로니모는 8천명의 병력을 앞세운 미군을 상대로 부족을 이끌고 5년간 기나긴 전쟁을 벌인다.

제로니모 체포 작전에 참가한 데이비스 소위(맷 데이먼) 는 인디언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게이트웃 중위(제이슨 패트릭) 에게 존경심을 품는다. 멕시코 국경에서 두 사람은 제로니모와 마주치고 제로니모는 차츰 이들을 신뢰하게 된다.

로버트 듀발.진 해크먼 등 조연들의 연기가 탄탄하다. 배경이 된 유타주의 경관이 볼 거리. 극적인 요소는 좀 부족한 편이다.

1994년작. 월터 힐 감독. 원제 Geronimo-An American Leg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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