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상 첫 인터넷 반체제인사 재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은 13일 2년전부터 중국내에서 반체제 인터넷 사이트 ''류쓰톈왕''(六四天網.www.6-4tianwang.com)을 운영해온 인터넷 반체제 인사 황치(黃琦.36)에 대해 국가 전복을 선동하고 민족 단합을 파괴했다는 혐의로 비밀 재판을 개시했다고 법원 관계자들이 이날 밝혔다.

중국이 사이버 반체제 인사에 대해 재판을 벌인 것은 사상 처음이며, 국제 인권단체인 뉴욕의 ''휴먼 라이츠 워치''를 비롯, 파리 소재 ''국경 없는 언론인회'', 뉴욕의 ''언론인보호위원회'' 등 국제 언론단체들은 이날 공식 성명들을 통해 그를 즉각 석방하고 인터넷을 통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황치가 99년 개설한 이 사이트는 처음엔 사람을 찾는 사이트였으나 그후 광범위하게 인기를 끌자 중국내 이용자들이 지난해 이후 집중적으로 ▲6.4톈안먼(天安門)사태 재평가 요구 ▲톈안먼사태 배후자 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처벌 촉구 ▲톈안먼사태는 보수파들의 정치적 음모라는 주장 ▲각종 인권침해와 관리들의 부패소식 ▲티베트 등지의 회교분리주의 운동과 법륜공(法輪功)활동 등을 게재해왔다.

이 사이트는 개설후 부모, 친척, 친구들을 성공적으로 찾아주자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와 중국공안보(中國公安報)가 기사를 써주는 등 초반에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황치측은 중국당국이 문제 삼은 글들은 황씨가 쓴 것이 하나도 없으며 그는 사이트 운영자에 불과하고 이용자들이 자신들이 양심에 따라 사이트상에 게재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당국은 지난해 10월 인터넷 자유를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 사이트 운영자가 게재된 내용을 감시하고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 못 하거나 민감한 내용은 삭제하도록 의무화했었다.

그가 지난해 6.4톈안먼사태 11주년을 하루 앞두고 6월3일 체포될 당시에는 이같은 규정이 없었다.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중급인민법원에서 이날 시작된 재판에는 일반인들은 물론 가족의 방청도 금지됐으며 그의 부인은 남편이 지난해 6월 체포된 후 한번도 만나지 못 했으며 변호사도 황씨와 그간 단 한차례만 면담이 허용됐다.

가족들은 그가 구속후 감옥에서 고문과 구타를 당해 앞니가 부러졌으며 폭행으로 이마에 상처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황치는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선고받게 되며 청두중급인민법원은 재판 결과는 상부 보고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나 인터넷 콘텐츠 프로바이더가 구속돼 재판을 받기도 이번이 처음으로 인터넷을 통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와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국제 인권 및 언론 단체들은 밝히고 있다.

뉴욕의 ''언론인보호위원회''는 성명에서 "중국정부는 인민들에게 자유로운 표현의 권리를 포함한 기본권들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황치 재판은 인터넷시대의 도래가 중국의 황량한 정치 현실을 바꾸지 못 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의 ''국경 없는 언론인회''도 성명에서 중국정부에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으며, 이번 재판이 오는 22일 스웨덴에서 열리는 중국과 유럽연합(EU)간의 인권회담을 비롯 앞으로의 각종 인권대화에서 중국을 곤경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