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라기시대의 희귀종 대벌레 서식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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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0년간 멸종된 것으로 간주됐던 희귀종 대벌레가 호주의 한 섬에서 군집을 이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호주 과학자들이 13일 밝혔다.

쥐라기 시대에 출현, 공룡보다 더 오래 생존해온 이 대벌레의 학명은 `드리코셀루스 아우스트랄리스(Drycocelus Australis)''로 길이 15㎝에 몸체의 두께가 1.5㎝정도다. 막대모양으로 생겨 마치 걸어다니는 소시지 모양이며 날지는 못한다.

이 대벌레는 호주 본토에서 동쪽으로 600㎞ 떨어진 로드하우아일랜드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이었으나 지난 1918년 보급선을 타고 건너온 쥐에 의해 완전히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국립공원 야생생물보호국과 호주박물관 등의 과학자들이 지난주 로드하우아일랜드에서 23㎞ 떨어진 화산섬 볼즈피라미드에 도착, 조사활동을 벌이면서 이 대벌레의 생존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60년대 볼즈피라미드에서 암벽등반가들에 의해 2마리의 죽은 대벌레 개체가 발견된 적은 있으나 살아 있는 대벌레가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

조사팀은 볼즈피라미드섬에서 이틀간 가파른 바위턱을 기어오른 끝에 야간에 나뭇잎을 갉아먹고 있는 암컷 대벌레 3마리와 함께 다량의 알을 발견했다.

조사팀의 한 사람은 "오래전에 멸종된 것으로 간주된 곤충을 발견하면서 우리가 마치 선사시대로 옮겨진 느낌"이라면서 "마치 영화 쥐라기공원에 나오는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으나 벼랑에서 굴러 떨어질까봐 환호성도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바다새가 둥지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죽은 대벌레 한마리를 로드하우아일랜드에서 볼즈피라미드섬으로 물고 왔으며, 이 대벌레의 죽은 몸체에서 알이 부화, 새생명이 이어져온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팀은 현재 이 대벌레가 10마리 정도가 서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으며 앞으로 2마리를 로드하우아일랜드로 옮겨 번식처를 마련, 개체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한편 호주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간주됐던 세계 최고(最古)의 나무인 월레미 소나무가 6년전 시드니 서쪽 블루마운틴에서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학계를 흥분시킨 일이 있다.

학자들은 이번 대벌레의 생존 확인은 월레미 소나무의 자생지를 확인한 것 이상으로 대단한 학술적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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