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 주식매각 왜 실패했나

중앙일보

입력

정부소유 한통주식 매각이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정부는 지난 6-7일 한통주식 14.7%(5천97만주)에 대한 매각입찰을 실시했으나 주요 대기업과 개인투자자들의 외면으로 매각물량의 6.5%(333만주)를 매각하는데 그쳤다.

이번 입찰결과는 정부가 시장상황을 지나치게 안일하게 판단, 기업들의 참여불가 입장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입찰을 강행함으로써 정부 신뢰성 실추는 물론 공기업 민영화의 순조로운 추진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는 결과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판단에 대한 오류 근거로 ▲삼성, LG, 포항제철, 롯데, 금호 등 주요 대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았고 ▲개인투자자들이 외면했으며 ▲기관투자자들도 예정가격을 밑도는 가격을 제시, 낙찰률이 저조한 점 등을 지적했다.

특히 `경영권 보장없는 주식인수는 의미가 없다''는 대기업들의 일관된 주장을 무시하고 매각입찰을 강행한 데다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하기에는 자금부담이 큰 최저입찰가능 수량을 1천주(7천만원 상당)로 정한 것 등은 정부의 `탁상행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업계는 경영능력과 통신분야의 전문지식을 겸비한 이상철(李相哲) 사장에 대한 `CEO(최고경영자)프리미엄''이 당초 기대와 달리 시장에서 크게 평가받지 못한 것으로 평가해 주목된다.

이번 국내 매각입찰이 사실상 실패함에 따라 오는 2002년 6월말까지로 예정된 한통 민영화 일정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통부는 국내 매각보다는 해외매각 여건이 양호하다고 보고 상반기에는 전략적 제휴를 통한 주식매각(15%)과 해외 DR(주식예탁증서) 발행(16%)을 통해 해외매각에 주력하는 한편 국내 매각은 재입찰을 통해 하반기중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초 계획에 없던 해외 DR발행을 통해 주식을 매각키로 한 것은 국내 매각의 실패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해외DR은 통상 국내 증시의 주가보다 10%정도 낮은 가격에 발행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한통민영화 일정에 쫓긴 나머지 한통을 헐값에 외국에 매각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매각의 경우 1.4분기중으로 마련되는 한통 소유구조 개편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확정된 이후 증시상황 등 주변여건에 따라 실시될 예정이지만 `경영권 보장없는'' 매각입찰은 또다시 실패를 불러올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통부는 이에 따라 한통 소유구조 마스터플랜 수립시 15%인 동일인 지분한도확대 등을 포함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 주식매각 방안으로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교환국채 발행은 국가 채무가 새로 발생한다는 점 때문에,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한통주식을 보유하는 조건으로 할인판매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각 채택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통부의 입장이다.

따라서 한통 민영화를 위한 정부소유 주식매각 성공의 최대 관건은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기관 및 개인투자자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정통부가 1.4분기중 마련키로 한 한통 소유구조 마스터플랜은 이런 측면에서 기업들의 입찰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소유구조를 제시하고 한통 민영화 이후 공공성을 확보한 통신서비스의 지속적 제공과 독점적 지위 남용 방지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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