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역사스페셜〉'김유신은 왜 천관녀…'

중앙일보

입력

신라의 명장 김유신(金庾信)은 우리 역사 속에서 길이 기억될 영웅 가운데 한명이다. 그는 태종 무열왕과 함께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녀 천관녀(天官女)에 얽힌 설화의 주인공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기도 하다.

어머님의 반대로 애틋한 사이였던 천관녀를 포기해야 했던 김유신이 천관녀의 기방으로 향하는 말의 목을 베어버렸다는 일화는 우리가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들어 보았던 이야기. 그 후 천관녀는 머리를 깎고 산에 들어가 죽을 때까지 김유신의 입신(立身)을 기원했으며, 김유신은 노후에도 천관녀를 잊지 못해 천관사를 지어 그녀를 그리워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KBS 1TV〈역사스페셜〉(매주 토요일 오후 8시)은 오는 17일 '김유신은 왜 천관녀를 버렸나?'를 통해 김유신이 천관녀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펴보면서 엄격한 골품제에 기반한 당시의 신라사회를 조명해본다.

제작진은 먼저 파한집(破閑集)과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등에 나타난 기록과 경주문화재연구소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천관사지 발굴작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김유신과 천관녀의 사랑이 단순한 설화가 아니었음을 가정한다.

이어 제작진은 천관녀가 과연 기녀였는가의 여부를 알아보는데 초점을 맞춘다. 천관녀란 이름이 하늘의 관리라는 의미라는 것, 천관녀가 살았다는 천관사지가 신라시대 국가적 제사를 지냈던 신궁의 주변에 위치한다는 것 등이 천관녀가 여제사장이 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제시된다. 당시의 여제사장은 하급귀족의 신분이었다.

그렇다면 김유신의 어머니, 만명부인(萬明夫人)은 천관녀가 기녀가 아니었음에도 왜 그들의 만남을 반대했는가? 제작진에 따르면 엄격한 골품제 사회에서 김유신이 하급귀족과 결혼하는 것은 가문을 일으키는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신라 왕족의 딸임에도 불구하고 멸망한 금관가야의 왕족 출신인 김유신의 아버지, 김서현(金舒玄)과 결혼해 신분의 한계를 절감했던 만명부인이기에더욱 강력하게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이후 김유신은 전장에서의 뛰어난 공적과 김춘추(金春秋) 가문과의 결합을 통해신라 사회의 새로운 권력으로 떠오른다. 천관녀와 결혼을 했다면 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분석.

결국 김유신과 천관녀의 설화는 귀족 사회 내부에서도 엄격한 신분의 차등이 구별되는 신라의 골품제도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보여주는 텍스트가 된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기표PD는 "김유신은 엄격한 골품제 사회에서 자신의 신분적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던 인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