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CEO] 크레이그 벤터 美 셀레라 지노믹스 사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일 인간 유전자(지놈)지도가 공개되면서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미국 셀레라 지노믹스사의 크레이그 벤터(55.사진)사장 겸 최고연구책임자(chief scientific officer)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는 인간지놈 지도의 완성을 발표한 뒤 "한개의 유전자가 한 질병의 원인이고, 한 유전자가 하나의 핵심 단백질을 생성한다는 개념은 이제 창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고 선언했다.
기존의 모호한 학설을 뒤집으며 생명공학의 새 장을 여는 순간이었다.

메릴랜드주 로크빌에 있는 셀레라사의 주가(뉴욕증시 상장)는 이날 15%(6.15달러)나 뛰어 47.75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날 이 회사는 쥐의 지놈지도도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셀레라는 사실 기업이라기 보다는 애플레라그룹의 연구개발센터로 보는 게 옳다. 얼마전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이를 잘 말해준다.

2천30만달러의 매출에 순손실 3천만달러(주당 49센트), 연구개발비로 쓴 돈만 5천2백70만달러에 달한다. 보통 기업이 이 정도면 시장에서 견뎌낼 수 없다.

그렇지만 셀레라는 생명공학기업으로서의 미래가치를 높게 인정받고 있다.

벤터 사장은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유타주 솔트레이크 태생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로 향했다.

여기서 백화점 점원 등을 전전하던 그는 우연하게 베트남전쟁에 참전, 생명공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베트남 다낭의 한 야전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처참한 광경을 목도하며 인간생명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갖게 된 것이다.

그 답을 찾기 위해 귀국 후 샌디에이고대학에 입학, 생리학.제약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 국립보건원(NIH)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 1984~92년 신경질환 및 뇌졸중연구소의 책임자로 지내며 유전자 연구를 계속했다. 91년엔 새로운 유전자 해독법(ESTs)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를 놓고 NIH와 분쟁에 휘말려 NIH를 그만두고 한 비영리 유전자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에 몰두했다.

95년엔 세계 최초로 독립생명체인 돼지 인플루엔자균의 유전자를 해독하는 개가를 올렸다. 지금의 셀레라사는 98년 4월 퍼킨엘머사와 합작해 만들었다.

벤터는 엄청난 공을 들여 해독한 인간지놈 정보인 만큼 이를 유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경쟁사이자 6개국 공동연구팀인 인간지놈프로젝트(HGP)사는 "민간기업이 인간지놈 정보를 사유화한다면 이는 범죄행위가 될 것" 이라고 비난했다.

심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