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그룹 사장, 주주총회 거쳐 선임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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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를 거친 후에 대표이사 등 경영진 인사를 실시하려는 대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룹 총수가 주총에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실시해온 재벌기업의 인사관행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LG·한화그룹이 올해부터 정기 주주총회 절차를 거쳐 관계사 대표를 선임키로 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상법 등 관련 법규에 정한대로 올 봄 정기 주총에서 등기이사를 선임한 뒤 이들이 당일 또는 가까운 시일 안에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를 뽑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상법상 대표이사는 주총에서 선임한 등기이사로 이사회를 열어 뽑게 돼 있다. 다만 정관에 특별규정이 있으면 주총에서 직접 뽑을 수 있다.

삼성 등 재계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주총을 거쳐 사장을 선임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다른 그룹의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금까지 대기업들은 2,3월에 실시되는 정기 주총 훨씬 전인 연말연시에 관계사 사장단 및 임원을 한꺼번에 내정,발표해 왔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나 소액주주들로부터 “대기업 총수의 일방적 인사 전횡”이라는 비판을 들어 왔다.

삼성 관계자는 “대표이사 선임이 늦어지면 조직 정비나 경영계획 수립이 지연되는 등 부작용이 없지 않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요구에 부응하고 투명경영 의지를 보인다는 차원에서 적법 절차에 따라 사장단 인사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등 삼성 관계사들은 다음달 5∼9일 회사별로 주총을 연 뒤 곧이은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LG·한화도 다음달 중순에 몰린 관계사 주총 시즌에 맞춰 대표이사를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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