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로 되찾는다] ②경쟁력은 다양한 콘텐츠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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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埼玉)현 우라와(浦和)에서 도쿄(東京)까지 1시간에걸쳐 버스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미야자와 아키코(宮澤秋子·여·28).버스 안에서 발로 뛰는 DDR 대신 휴대폰 화살표를 손가락으로 눌러 DDR을 즐기는게 취미다.DDR을 개발한 게임업체 코나미가 무선인터넷용으로 따로 만든 DDR이다.

일본에선 이처럼 게임 등 주요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 곧바로 다른 기기나 네트워크로 다양하게 이용하도록 변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인터넷 활용이 늦다 보니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뒤진콘텐츠산업을 단숨에 따라잡기 위한 전략이다.

일본 닷컴 기업들이 몰려 있는 도쿄 시부야(涉谷)의 비트밸리에 위치한 직원 4명의 뱀부 네트워크.NTT도코모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인 i모드에 시세이도(資生堂)화장품과 반다이(萬代)로봇 관련 콘텐츠를 공급한다.이 회사 사카키바라 타츠야(<木+神>原達也)사장은 “i모드·유선인터넷 등 어떤 매체를 통해 콘텐츠를 봐도 재미있도록 가공하는 능력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예컨대 유선 인터넷으로는 폭넓은 화면에 그림과 사진을 풍부하게 배치하지만,i모드용은 조그만 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콘텐츠 구성과 배치·그래픽을 바꿔준다는 것이다.사카키바라 사장은 “오는 4월에는 유선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L-모드 서비스가 시작되는데,그에 맞는 콘텐츠도 개발했다”고 밝혔다.

L-모드는 NTT가 서비스할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서비스.전화기에 달린 LCD화면을 통해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는데,i모드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콘텐츠는 대부분 서비스될 예정이다.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는 33만명에 불과하지만 유선전화 가입자 수는 5천5백만명에 이르는 일본의 인프라 특성을 살려 개발한 서비스다.콘텐츠 업체는 물론 전화기 등 관련 산업에도 큰 파급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유선 인터넷 콘텐츠 업체들도 미국과 한국의 사례를 거울삼아 새로운 형태의 수익모델을 찾고 있다.일본 최대의 여성포털인 e-우먼(www.ewomen.co.jp)의 사사키 가오리(佐佐木かおり)사장은 “미국 등에서 포털이나 콘텐츠업체가 온라인쇼핑으로 크게 성공한 사례가 없는 점을 감안해 기업정보 DB제공으로 수익모델을 정했다”고 말했다.i모드의 무료 검색엔진사이트인 ‘오?뉴!’는 수익모델 부재 고민을 짧은 스폿 광고로 해결한다.이마이즈미 타카테루(今泉隆照)사장은 “검색엔진의화면이 바뀔 때마다 3줄짜리 광고가 4번 들어가며,일주일 단위로 광고계약을 한다”고 소개했다.

일본 특유의 오밀조밀한 콘텐츠들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치바(千葉)에 사는 고등학생 무라야마 에이지(村山榮治·16)군은 바닷가가 아닌 길거리에서 서핑(파도타기)을 즐긴다.i모드로 사이버드의 ‘파도전설(波傳說)’에 접속,관련 정보를 검색한다.사이버드(www.cybird.co.jp)사가 공급하는 파도전설은 틈새시장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한국 e-네트의 일본법인인 커머스21의 이상훈 사장은 “일본에선 인기있는 콘텐츠라고 해도 한국처럼 떼거리로 몰려 접속하는일이 거의 없다”며 “이런 콘텐츠도 있나 할 정도로 소수의 오타쿠(お宅·매니아)들을 노린 틈새 콘텐츠들이 속속 출현하고있다”고 말한다.그러다보니 현재 i모드를 통해 서비스되는 사이트는 무려 3만여개에 이른다.

하드웨어와 콘텐츠의 유기적인 결합도 시도되고 있다.도쿄 시나가와(品川)의 소니 미디어룸에선 PC와 TV DVD의 기능을합쳐놓은 ‘엔터테인먼트PC’가 대표적인 상품이다.엔터테인먼트PC로 ‘TV가이드매거진’ 사이트에 접속,특정 TV프로그램을콕 찍기만 하면 예약녹화 정보가 입력돼 원하는 프로그램을 PC가 녹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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