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생명공학이다] 中. 국내 현황과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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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면 바이오벤처가 하나씩 생긴다' .

인간 지놈 프로젝트의 바람을 타고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에 불기 시작한 생명공학 열풍을 빗댄 말이다.

1999년 말 70여개사에 불과하던 국내 바이오벤처가 현재 4백여개사로 급증했다.

크고 작은 기업을 가리지 않고 웬만하면 생명공학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고, 앞다퉈 투자 계획과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들은 인간 지놈 지도 완성본을 내놓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제 마라톤 출발선에 있는 셈이다.

'자본금 13억원으로 직원은 15명 내외, 지난해 매출 10억원(목표)' . 이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6월 59개 바이오벤처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타난 평균 모델로, 빈약한 우리의 모습이다.

생명공학 기술도 선진국에 크게 못미친다. 산업자원부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을 1백으로 할 때 우리나라의 기술은 전체적으로 60 정도 수준이다.

분야별로는 ▶기초 원천기술 60▶생산기술 70▶신물질 창출기술 40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간 지놈 분야에 있어서는 10~15년을 열심히 해야 지금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국내 생명공학 기술 수준이 세계 14위라고 한다.

연구계에선 "1980년대에 세계적으로 일었던 생명공학 붐을 제대로 살렸더라면 이 순위가 한참 올라갔을 것" 이라고 아쉬워한다.

그때도 지금처럼 대기업들이 대거 바이오산업에 뛰어들었으나 곧 시들해졌다. 돈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벤처협회 한문희 회장은 "남이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의 투자가 문제였다" 며 "그 당시 정부나 기업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연구.개발을 했다면 오늘날 생명공학 강국이 됐을 것" 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국가 차원에서 이번 인간 지놈 프로젝트에 참가조차 하지 못한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미국은 80년대에 붐을 잘 일궈 제넨텍.카이론.암젠 등 세계적인 바이오 업체를 탄생시켰다.

각 정부의 생명공학 투자비 규모는 미국 20조원(99년), 일본 3조원(99년), 한국 3천2백억원(2001년)이다. 국력을 감안하더라도 절대 액수에서 차이가 너무 크다.

앞으로 과제는 전세계 4천여 연구소와 유수의 기업들이 경쟁을 벌일 포스트 지놈 시대에 맞게 부족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인프라를 조기에 정비하는 일이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연구비와 인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분산된 연구력을 결집하느냐가 뒤떨어진 생명공학을 만회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기부 정윤 연구개발국장은 "현재 각 부처로 분산된 생명공학 육성 정책을 종합 조정할 '바이오 기술.산업위원회' 를 상반기 안에 설립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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