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컵] 한국에 패한 UAE '초상집'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1일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실질적인 첫 승(1월 27일 홍콩 칼스버그컵 파라과이전은 승부차기서 승리)을 거둔 한국과 안방에서 대패한 UAE 대표팀 분위기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사흘 전 졸전 끝에 모로코와 1 - 1로 겨우 비겨 침울했던 히딩크 감독은 UAE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갈 길이 멀지만 어쨌든 승리는 기쁜 것" 이라며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은 것이 큰 수확" 이라고 득의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선수단은 12일 오전 훈련을 마친 뒤 모처럼 두바이 시내 구경과 쇼핑을 하며 쌓였던 피로를 풀었다.

반면 프랑스 출신인 앙리 미셸 UAE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UAE 기자들의 추궁에 쩔쩔 맸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미셸 감독은 영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프랑스어로 질문에 대답했다. 영어에 능한 기자들의 예봉을 피해보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인터뷰가 계속되면서 기자들과 앙리 감독 사이에 언성이 높아졌다. 급기야 일방적으로 인터뷰를 끝내고 나가는 앙리 감독을 기자들이 막아서면서 고성이 오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응원 나온 한국 교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현지인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 교민은 "UAE 국민은 1997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당시 한국이 본선행을 확정한 뒤 일본에 져 주는 바람에 UAE가 탈락했다고 믿고 있다" 며 "당시 이곳에서 운전면허 시험을 본 한국인 전원이 불합격했을 정도로 반한(反韓) 분위기가 심각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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