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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반 줄기세포 치료법 개발로 완치 서광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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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호 18면

강남세브란스병원

한국은 당뇨병 사회라 할 정도로 당뇨병이 흔하다. 10명 중 1명꼴로 이 질환에 걸려 있으며, 60세 이상은 4명 중 1명꼴로 앓고 있다. 고혈압과 함께 ‘국민병’이라 불릴 정도로 만연돼 있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된 질환이다. 이런 당뇨병도 처음부터 흔한 질병은 아니었다. 1960년대에는 병원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도시화·산업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식생활이 동물성 위주로 바뀌면서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당뇨병을 ‘사회가 만든 문명병’이라 부른다. 식이섬유가 많은 자연식을 멀리하고, 고열량 인스턴트 음식을 가까이한 영향이 크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스트레스가 늘고 운동량이 준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당뇨병센터 안철우(사진) 교수에게 당뇨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들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당뇨병센터 안철우 교수에게 듣는 당뇨병 원인과 치료

-당뇨병은 뭐고, 어떻게 생기나.
“밥을 먹으면 영양소는 포도당으로 바뀌어 혈액 속을 돌아다닌다. 췌장에서 나오는 인슐린이란 호르몬이 이 포도당을 간·지방·근육 등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인슐린 기능이 고장을 일으키면 고혈당 증세가 나타난다. 혈액 내 포도당이 많으면 소변으로 같이 배출되기 시작한다. 세포 조직으로 가야 할 당이 소변으로 새어나오면서 영양분이 급격히 소실된다. 이렇게 혈당이 소변으로 나오는 것을 당뇨병이라 한다.”

-어떤 경우에 당뇨병이 생기나. 유전 영향도 있나.
“인체 기관은 많이 쓰면 그만큼 닳는다.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도 노화에 따라 기능이 감퇴한다. 평생 써도 튼튼한 췌장세포를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40~50년 쓰고 나면 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세포를 가진 사람도 있다.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뜻이다. 인구의 90% 이상은 60~70년 이상 아무 탈 없이 잘 사용할 수 있게끔 베타세포가 만들어져 있다. 나머지 10%의 인구는 베타세포의 수명이 20~40년으로 짧다. 부모나 조부모 중 당뇨병이 있으면 자신에게 당뇨병이 생길 위험이 2~3배 더 높다고 보면 된다.”

-식생활 습관도 당뇨병 발병과 관련이 깊다는데.
“당뇨병 발병에 취약한 사람도 좋은 식생활 습관을 유지하면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당뇨병 가족력이 없는 사람도 식생활 습관이 나쁘면 당뇨병이 일찍 찾아온다. 햄버거·피자·육류 가공식품 등 고지방·고칼로리 식품은 열량이 높아 에너지 대사를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췌장 베타세포가 과도한 일을 하게 되고 일찍 지친다. 당뇨병 발병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운동도 중요한 요소다. 근육량이 많을수록 인슐린이 몸에서 잘 작동하게 된다. 반대로 배가 나오면(내장지방이 많으면) 인슐린 작용이 방해된다. 채소 위주의 균형 잡힌 식습관과 최소한 주 3회, 30분 이상의 규칙적인 운동이 당뇨병 예방에 좋다.”

-스트레스도 당뇨병의 원인이 되나.
“코르티졸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은 혈당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이 더 많이 분비되도록 해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 예컨대 평상시 공복 혈당이 150㎎/dL인 당뇨병 환자가 골절이 생겨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으면 혈당이 200㎎/dL까지 오르기도 한다.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 급작스럽게 고혈당이 돼 당뇨병이 생겼다가도 스트레스가 없어지면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당뇨병의 증상은.
“다식(多食·많이 먹음)과 체중 감소가 대표적인 증상이다. 간·근육·지방 등으로 가야 할 영양분이 소변으로 모두 빠져나가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먹어도 항상 허기를 느낀다. 체중도 감소한다. 신장에서 포도당을 많이 내보내려면 다량의 수분도 함께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차가운 물을 자꾸 찾게 된다.”

-합병증이 심하다고 들었다.
“혈액 내 당·지질 등의 물질이 많으면 혈관 내부 손상이 생긴다. 혈관 벽이 얇은 눈, 발 등에 있는 모세혈관부터 망가진다. 눈이 침침해지거나 발이 저리는 등의 증상이 생긴다. 신장도 모세혈관이 빽빽이 들어서 있어 쉽게 망가진다. 염증도 생기기 쉽다. 방광염·질염 등이 생겨 산부인과를 찾았다 당뇨병으로 진단받는 사람도 있다. 합병증이 심해지면 뇌혈관과 심장혈관까지 망가뜨린다. 발의 혈관이 망가져 절단하는 사람도 꽤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골고루 먹는 게 중요하다. 식품 속에 든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섭취비율이 6:2:2 정도가 되도록 한다. GI지수(혈당을 올리는 정도)가 낮은 현미밥과 채소 위주로 먹되 고기·두부·생선·계란도 조금씩 골고루 섭취한다. 규칙적으로 먹는 것도 중요하다. 한번에 음식을 몰아 먹으면 췌장이 일을 많이 하게 돼 고장 나기 쉽다. 공복감을 느끼지 않도록 20분 이상 천천히 식사하기, 금주·금연하기,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 식품 먹지 않기 등을 실천한다.”

-불치병으로 알려진 당뇨병에 최근 완치의 길이 열렸다는데.
“지금까지 출시된 치료제는 인슐린을 인위적으로 더 분비되게 하는 방식이었다. 췌장의 기능을 살리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었다. 최근 우리 대학 연구팀에서 췌장에 줄기세포를 이식해 인슐린 분비 기능을 복원하는 치료법을 발표했다. 태반 줄기세포를 인슐린 분비 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세포를 당뇨병이 있는 쥐(제1형 당뇨병)에게 이식해 봤더니 210여 일, 사람으로 따지면 30~40년 동안 인슐린 분비세포에서 나오는 것과 동일한 인슐린이 나왔다. 올 연말부터 환자 임상시험을 시작해 5~6년 뒤면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머지않아 당뇨병도 완치할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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