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건보료 기준은 종합소득 재산은 소득 확인 잣대로 활용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피어슨 과장(左), 존스 한·일 담당관(右)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들은 자영업자(self-employed)에게 건강보험료를 부과할 때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합니다. 한국도 재산 정보는 소득을 낮춰 신고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장치로 활용해야 합니다.”

 OECD 마크 피어슨 보건의료분과장의 말이다. 재산에 건보료를 매길 게 아니라 신고 소득의 정확성을 파악하는 간접 잣대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본지는 ‘불평등 건강보험료’ 기획시리즈(6월 4, 5, 6일자 1, 4, 5, 8면 보도)에서 지역건강보험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이어 OECD 전문가들에게 해법을 물었다.

 피어슨 과장과 OECD 랜달 존스 경제총국 한국·일본 담당관을 최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피어슨 과장은 보건의료 분야, 존스는 경제·조세 분야에 정통하다. 두 사람은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한국 전문가다.

 -OECD 국가들은 어떻게 건보료를 부과하나.

 “(직장인은) 대부분의 국가가 임금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일부는 자본소득(금융·임대), 사회복지수당(연금·복지수당)에도 매긴다. 사회보험체계를 갖고 있는 나라마다 자영업자에게는 별도의 규정을 갖고 있다.”

 -자영업자는 어떻게 매기나.

 “많은 나라가 자영업자의 종합소득을 반영한다. 소득 중 일부는 투입한 자본에 대한 수익일 수 있다. 그래서 보험료율을 낮게 적용한다. 보험료는 종합소득에 매기는 게 원칙이지만 자영업자에게는 재량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보험료를 내게 하거나 정액을 부과하는 나라도 있다.”

 -재산을 건보료 책정에 반영하는 나라는 없나.

 “(그런 나라는 없고) 이탈리아가 재산을 활용한다. 재산 규모를 보고 제대로 소득을 신고했는지를 따진다. 만약 두 대의 자동차, 별장, 부자 동네의 집 한 채 등이 있는데도 신고 소득이 적을 경우 감사에 착수하는 식이다.”

 -한국은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잘 안 된다는 이유로 재산에도 부과한다.

 “노동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자영업자의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2008년 ‘OECD 한국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소득의 절반만 잡힌다. 반면 직장인의 소득은 80% 이상 확인된다. 이 때문에 직장인은 불공정하다고 느껴 보험료 인상을 반대한다.”

 -소득이 없는 사람들은 집이나 차 때문에 보험료가 많이 나온다고 불평한다.

 “부과체계 전반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세금과 보험료 부과체계는 주로 소득과 소비에 기반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다. 한국의 조세와 복지 관련 현금수당제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효과적이지 않다. 이들이 빈곤율을 겨우 2.5%포인트(OECD 평균 15%포인트) 떨어뜨렸다.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어떻게 공정하게 부과할 수 있을까.

 “한 가지 선택사항은 이탈리아 방식으로 가는 것이다. 자영업자는 소득으로만 보험료를 부과하되 신고한 소득이 적정한지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재산 정보를 꾸준히 수집하는 것이다. 또 한국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직장가입자로 옮겨와야 한다.”

 -건보 재정은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자본소득, 연금·복지수당, 그 외 새로운 소득원을 찾아내 부과해야 한다. 민영의료보험료, 담배·술·고지방 음식 등 건강 유해물질에도 매겨야 한다. 한국의 소비세는 10%(OECD 평균 18%)여서 늘릴 만한 여지가 상당히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