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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에 '연금 부담' 안넘기려면]

중앙일보

입력

1988년부터 5년간 매월 4만3천여원(총 불입액 3백60만원)의 국민연금을 내고 93년부터 연금을 탄 金모(68.경북 영덕)씨. 지난 7년 동안 원금의 다섯 배가 넘는 1천5백여만원을 받았다.

낸 돈보다 많은 돈을 받는 것은 수혜자 입장에서는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재정 고갈 대비 등 뒷감당이 안되고 고스란히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큰 문제다.

4대 공적연금이 가입자에게 앞으로 주어야 할 책임준비금과 실제 적립금의 차이가 98년 말에 2백조원을 넘어선 것은 '저(低)부담.고(高)지급' 의 현행 연금구조 때문이다.

과거 정권에서 정치적 선심용으로 설계돼 적게 내고 나중에 후하게 받게 돼 있는 현행 연금제도로는 수지 불균형이 불가피하다.

그나마 국민연금은 사정이 좀 낫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은 이미 재정 위기가 눈 앞에 와있다.

지난해 말 공적연금 재정 추계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은 올해 적립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다.

때문에 당장 올해부터 1조원 이상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세금으로 메워주는 것이다.

군인연금도 이미 77년부터 사실 상 적립 기금이 고갈된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약 6천억원에 이어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예산이 재정적자 보전을 위해 투입된다.

제도 개선 없이 이대로 가다간 사학연금은 2030년께 같은 운명에 놓인다. 국민연금도 2039년께면 재정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대책=성균관대 안종범 교수는 먼저 정부가 나서서 책임준비금 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산정,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 책임준비금이 계산된 적이 없다. 98년 사학연금관리공단이 한국보험학회에 책임준비금 산정 작업을 의뢰한 것이 전부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우리처럼 확정급여형(40년 가입시 생애 평균임금의 60% 연금 지급)으로 연금을 주는 나라는 잠재적 부채가 존재하게 마련" 이라며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오해를 살 여지가 있어 별도로 산정하지 않았다" 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5년마다 연금 재정을 점검하는 제도가 있어(2003년 첫 시행 예정) 문제가 있으면 보험료를 높이거나 연금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캐나다.일본 등 연금의 역사가 우리보다 오래 돼 책임준비금 부족분의 규모가 훨씬 큰 나라들도 정부가 이를 공개해 가입자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후생성이 후생연금 책임준비금은 7백80조엔 규모(99년 말)고 적립금은 1백70조엔이어서 6백10조엔이 부족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캐나다 금융감독원은 국민연금의 책임준비금 부족액이 4천2백81억 캐나다달러(97년 말.적립금 3백46억 캐나다달러)라고 공개했다.

미국은 공무원연금의 책임준비금 부족액이 5천1백24억달러(97년 말.적립금 3천9백89억달러)라고 공개했다.

이들 국가는 연금 재정이 거의 '깡통' 을 찰 정도로 우리보다 훨씬 심각해 연금제도 개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일본은 보험료율을 현행 월 급여의 17.35%에서 26%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 4대 공적보험=최대 규모인 국민연금(88년 시작)은 이미 연금을 받는 수혜자가 지난해 말 현재 61만8천여명이다.

연금을 받는 사람은 올해부터 매년 10만~20여만명 늘어나 2003년 1백만명, 2006년 1백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직장인은 월소득의 9%를 가입자와 사용주가 반씩 내고, 도시자영자와 농.어민은 월소득의 4%(7월부터는 5%)씩 내게 돼 있다.

공무원연금(60년 시작)은 국가공무원.지방공무원.법관.경찰관, 사학연금(75년 시작)은 사립학교 교원.행정직원, 군인연금(63년 시작)은 장기복무 하사관 이상이 대상이다.

보험료는 3개 연금 모두 월보수의 17%를 가입자와 사용주(정부 등)가 반씩 내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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