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가입자 자동차 건보료부터 없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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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건강보험의 조직은 2000년, 돈주머니(재정)는 2003년 통합됐다. 하지만 완전한 통합은 아니다. 직장과 지역 건보료를 걷는 방식이 달라서다. 이 때문에 형평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이 지속가능하려면 이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 그룹은 두 부류로 나뉜다. ‘점진적’ 개혁파와 ‘원샷’ 개혁파다.

 점진적 개혁은 지역가입자의 자동차 건보료를 먼저 없애고 재산 건보료를 차차 줄이자는 주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과 신현웅 박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홍백의 교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진수 교수가 이 같은 주장을 편다. 신 부원장은 “줄어드는 재정은 지역가입자의 소득에 보험료를 더 물려 해결하자”고 말했다. 홍 교수는 “재산·자동차 건보료를 낮추되 고소득 지역가입자에게는 더 많은 소득 건보료를 매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지역가입자의 낮은 소득자료 확보율(44%)이다. 자료가 없는 56% 중에는 소득이 아예 없는 사례도 있겠지만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 부원장은 대안으로 “1인 이상 근로자가 있는 지역 건보 사업장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직장가입자로 전환하고 소득파악률을 높이는 노력을 병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해도 소득 파악이 안 되는 지역가입자에게는 재산·자동차 건보료를 물리지 말고 가구당 기본보험료(3000~5000원)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부과 기준을 직장·지역 모두 종합소득으로 한꺼번에 바꾸자고 주장하는 그룹이 ‘원샷’ 개혁파다. 월급 외에 금융·임대 등 종합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 176만 명(전체의 18%)이 대상이다. 나머지 직장인은 현재와 달라질 게 없다. 연세대 이규식(보건행정학) 교수는 “단계적으로 바꾸면 혼란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단번에 바꾸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신 이 교수는 “직장인 부담이 커질 수 있으므로 직장 건보료를 1%포인트 낮추자”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원장도 이 교수와 생각이 비슷하다. 이들은 “부족한 건보 재원은 부가세를 0.5~0.6%포인트 올려 충당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심스럽다. 재산·자동차 건보료를 손대면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기 때문이다. 자동차 건보료를 없애면 연간 1조원가량이 줄어든다고 추정한다. 복지부 박민수 보험정책과장은 “건강보험 재정이 탄탄하게 뒷받침되지 않는 한 섣불리 손대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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