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오늘은 쉰댄다’고 누가 그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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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몸이 찌뿌드드해 목욕탕에 갔더니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휴일이고, 큰맘 먹고 소문난 식당을 찾아갔더니 주인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문을 못 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럴 때 절로 튀어나오는 한마디. “아, 여기 오늘은 쉰댄다!”

 일상생활에서 “오늘은 쉰다고 한다”는 말을 줄여 “오늘은 쉰댄다”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는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오늘은 쉰단다”로 바루어야 한다. ‘쉰단다’는 ‘쉰다고 한다’에서 ‘고 하’가 떨어진 다음 나머지 말이 합쳐진 것이다.

 ‘쉰댄다’가 맞는 표현이 되려면 ‘쉰대고 한다’는 말이 성립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 ‘쉰댄다’는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정하기 어렵다. “오늘은 쉰댄다”는 어디서 온 말인지 알 수 없으므로 “오늘은 쉰단다”로 표현하는 게 옳다.

 “주인아저씨가 몸이 아파 며칠 가게 쉰대” “방송에 나왔던 원조집은 주말에 쉰대서 다른 가게로 간 거야”의 경우도 잘못된 말일까? 이들 문장은 바로 쓰였다.

 ‘쉰대’는 ‘쉰다고 해’가, ‘쉰대서’는 ‘쉰다고 해서’가 각각 줄어든 말이다. ‘쉰대’와 ‘쉰대서’의 ‘ㅐ’는 ‘해’의 ‘ㅐ’가 남은 것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명확하다. 줄여 쓰기 전의 문장은 “주인아저씨가 몸이 아파 며칠 가게 쉰다고 해(쉰대)” “방송에 나왔던 원조집은 주말에 쉰다고 해서(쉰대서) 다른 가게로 간 거야”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집에 일찍 간대니까” “모두들 집에 가재요”도 마찬가지다. ‘간대니까’는 성립하지 않는 말로, ‘간다니까(←간다고 하니까)’로 고쳐야 맞다. ‘가재요’는 ‘가자고 해요’가 줄어든 말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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