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57) 오리온 회장이 계열사 스포츠토토의 박대호(52) 대표 해임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박 대표는 30일 “대주주의 횡포”라며 “강력히 법적 대응 하겠다”고 반발했다. 오리온은 스포츠토토 주식의 66.7%를 가지고 있다.
담 회장은 “대주주로서 대표이사 박대호의 직위해제 조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후로 이에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지난 25일 문서로 해임을 통보했다. 해임 이유에 대해서는 “인사권 수용 거부”라고 설명했다. 또 “작금의 불미스러운 상황을 조기 수습하고자 하는 뜻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조경민(54) 전 오리온그룹 사장의 스포츠토토 회사자금 140억원 횡령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최근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19일 조 전 사장의 횡령 혐의와 관련해 스포츠토토 본사 사무실과 회사 임원들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담 회장이 언급한 ‘인사권 수용 거부’는 지난 3월 30일 열린 이사회 상황을 뜻한다. 이사회 안건은 단독대표 체제에서 각자대표 체제로의 전환. 박 대표 외에 또 하나의 각자대표로 정선영(58) 스포츠토토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올라왔다. 정 부사장은 담 회장이 추천한 인물로, 오리온그룹 재무담당 부사장 출신이다. 그러나 이사회에선 사외이사 9명 중 5명이 정 부사장의 대표 선임에 반대의견을 냈다. 한 사외이사는 “표결로 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박대호 대표가 ‘담 회장 체면도 있으니 재검토 의견을 내는 선으로 하자’고 이사진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박대호 대표는 “이사회가 끝나고 담 회장이 나를 수차례 불러 ‘대주주의 인사권이 무시돼 모욕적’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담 회장이 자신의 사람을 심으려는 시도가 잘 안 되자 정당한 해임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법을 무시해가며 보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 “담 회장에게 검찰 수사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이달 22, 23일 만났을 때 사퇴·해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주장에 대해 오리온그룹 한 임원은 “검찰 수사 사안과 관련해 스포츠토토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해임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담 회장이 구속되는 곤욕을 치르면서 주요 계열사에 각자대표 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이는 회계·관리 부문 보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담 회장은 300억원대 회사 돈을 횡령·유용한 혐의로 지난해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지난 1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된 상태다. 오리온은 박 대표 해임을 논의하는 이사회를 다음 달 7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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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체육진흥공단의 스포츠복권 위탁업체. 축구·농구·야구와 같은 경기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나눠주는 스포츠복권 사업을 한다. 2001년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2003년 오리온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지난해 복권 발매액 2조원, 매출 1500억원을 기록했다.